추심업체에 내용증명으로 취소 의사 밝혀야
약정서 기재 없어도 연 20% 초과 이자 무효
채무감면 권유받았다면 감면서류 확인해야

10월 서울 동대문경찰서에서 경찰이 사회취약계층인 피해자들의 나체사진을 유포해 공갈 및 협박을 일삼은 불법대부업체 조직으로부터 압수한 현금 및 물품들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금융감독원은 최근 한 채권추심회사 검사에서 '수상한' 차용금약정서를 발견했다. 200만 원을 빌려주는 대가로 2018년에 작성된 약정서였는데, 정작 변제기일과 적용이자율은 기재되지 않았다. 심지어 이자납입일마저 없는데 '이자 지급을 1회라도 연체할 때는 채무자가 기한 이익을 상실한다'는 불공정 조항도 있었다. 1회 연체만으로도 바로 추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금리 또한 법정 최고이자율인 연 20%를 넘었을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다.
문제의 차용금약정서를 작성한 채무자는 A(23)씨. 돈을 빌렸던 2018년에는 18세로 미성년자였다.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없어 취소 가능한 대출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공정 조항으로 미성년자와 계약을 맺은 차용금약정서가 다수 발견됐고 불법 추심도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불법사금융에 대한 엄정 대응을 선포하면서 불법 채권추심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그만큼 추심 피해가 적지 않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그간 축적된 채권추심회사 검사 사례를 바탕으로 피해예방과 대처요령을 6일 안내했다.
A씨처럼 부모 동의 없이 미성년자가 대출받은 경우, 대부업체에 내용증명 등을 보내 취소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 취소가 이뤄지면 채권추심회사에 채권추심 중단을 요청하고, 추심이 이어질 경우 금감원에 신고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1회 연체 즉시 추심 가능' 등 불공정 약관에 근거해 채권추심이 이뤄진 경우에도 같은 절차를 밟으면 된다.
다만 대출이 취소된다 해도 채무관계가 무효화되는 것은 아니다. 이자는 상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으나, 원금은 갚아야 한다. 또한 대출을 취소하기 위해선 채무자 등이 직접 취소 의사를 밝혀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 동의를 받지 않고 대출을 받았더라도 자동으로 취소되는 것은 아니며, 내용증명 등으로 취소 의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대부업체가 2018년 당시 미성년자였던 A씨를 상대로 작성한 차용금약정서. 금융감독원 제공
연 20%가 넘는 이자를 추심당하고 있다면 중단을 요청할 수 있다. 불법 추심이기 때문이다. 만일 추심회사가 이를 거부할 경우 실제 이자 납입내역 등 관련 증빙을 제시하고, 법정 최고금리를 넘는 대출을 취급한 대부업체에 대해선 금감원이나 수사기관 등에 신고하면 된다.
채권추심회사가 '빚 일부를 갚는다면 채무를 감면해주겠다'고 제안할 경우에도 주의해야 한다. 채무감면을 결정할 수 있는 주체는 채권자이지 채권추심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돈을 받아내기 위한 채권추심회사의 거짓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물론 채권자가 채무감면을 약속하고 일부 돈을 받아낸 뒤 말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채권자로부터 감면을 약속받았다면 채무감면 동의서, 채무감면 확인서 등 감면서류를 요구해야 한다. 구두 약속만으로는 추후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제대로 구제받지 못한다. 감면서류에 △감면 결정금액 △변제 일정 △감면 조건 △감면효력 상실사유 등이 기재돼 있는지 확인하고, 장기 보관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채권추심회사에 대해 채권자가 채무감면을 결정한 경우 채무자에게 감면서류를 의무적으로 교부하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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