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7년 차 배우 오승윤
MBN '완벽한 결혼의 정석' 유세혁 역으로 화제
오승윤이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티앤아이컬쳐스 제공
1996년 아역배우로 데뷔한 오승윤은 올해 27년 차 배우가 됐다. KBS2 '매직키드 마수리'로 국민적 사랑을 받았고 어린 나이에 뜨거운 인기와 관심을 얻었다. 그는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은 30대 초반의 청년이다. 그러나 연예계 생활을 일찍 시작한 탓에 현장에서 느끼는 부담감은 나이가 지긋한 중견 배우들만큼이나 크다. "때로는 눈치 안 보고 라이브한 연기를 펼치는 신인들이 부럽다"며 웃는 오승윤에게서 일을 향한 고민과 열정이 읽혔다.
오승윤은 지난 3일 종영한 MBN 주말 미니시리즈 '완벽한 결혼의 정석'에서 열연했다. 이 작품은 남편과 가족에게 복수하기 위해 계약 결혼을 선택한 여자 한이주(정유민)와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기 위해 계약 결혼을 연기하는 남자 서도국(성훈)의 아찔하고 은밀한 로맨스 복수극이다. 오승윤은 서도국 회사의 비서실장 유세혁 역을 맡아 정유민·진지희와 금단의 삼각 로맨스를 보여줬다.
이제 오승윤에게 귀엽고 똘망똘망한 마수리는 추억 속 이름일뿐이다. 그는 훤칠한 외모와 연기력, 자신만의 매력으로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올리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오승윤은 "이번 작품을 마치고 좋은 동료들이 남았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정유민씨는 저랑 동갑이에요. 사회에서 동갑 친구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오래 볼 수 있는 친구가 생겨서 좋아요. 너무 털털하고 나이스한 친구죠. 때로는 형 같고 남동생 같기도 해요. 장난도 많이 치고 현장에서 웃음 참느라 힘들었어요. 진지희와도 너무 좋았고 이번에 최고의 여배우 복을 받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한 것 역시 그에게는 이 작품이 오래 기억될 이유다. "제가 결혼하고 바람 피우는 역할을 한 적이 거의 없는 거 같은데, 해보지 않은 캐릭터라서 좋았어요. 멜로도 있었고 파혼도 처음 당해보고 작품을 통해 처음 겪는 게 많아서 재미있었죠. 그간 했던 캐릭터 중엔 가장 성숙해야 하는 캐릭터였고 저에겐 많은 배움을 남긴 작품이기도 해요."
'완벽한 결혼의 정석'이 넷플릭스로도 방영이 되는 만큼 해외 팬들에게서도 반응이 오고 있다. 오승윤은 "그동안 동남아 팬만 있었는데 남미 분들이 많아져서 놀랐다. 댓글이나 DM(다이렉트 메시지)이 많이 온다. 본인 국기를 많이 보내시는데 신기하고 감사하다"고 밝혔다.
어느덧 30대가 된 오승윤은 실제로 결혼에 대한 꿈이 없을까. 그는 "아직은 생각이 없다. 내가 결혼식 사회를 6번 봤는데 다 동창들이었고 방송쪽 친구들은 아직 (장가를) 안 갔다"며 "(배우로서) 갈길이 멀다 보니까 누구를 케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거 같다. 현재는 결혼은커녕 여자친구가 만약에 생긴다면 '내가 케어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라고 털어놨다.
아역배우부터 27년째 꾸준히 연기활동을 해오고 있는 오승윤은 여전히 일에 대한 욕심이 넘친다. 연기를 잘하고 싶어서 누구보다 애쓰고 있다. 긴 시간 그가 연기를 하게 만든 원동력은 뭘까.
"제가 연기하는 걸 좋아해요. 좋아하지 않으면 못 버텼을 거 같은데 고통을 감내하면서 하는 건 '좋아서' 하는 거죠. 뮤지컬도 더빙도 매체 연기도 다 좋은데 이 교집합엔 연기라는 게 있어요. 어릴 때 하다 보니까 잘해야 됐고, 제가 잘할 수 있던 거였고, 이제는 너무 어려운 게 됐지만 좋아하니까 버텼어요. 누군가 억지로 시켰다면 진작 때려쳤을 거 같아요. 어릴 땐 사회성을 길러주려고 어머니가 연기 학원을 보낸 거지만 나중엔 강요하진 않았어요."
오승윤에게 가족, 어머니와 형은 가장 친한 친구이자 버팀목이다. 모든 이야기를 서로 공유할 정도로 화목한 가정이다. '인간 오승윤'의 꿈 역시 가족과 함께 마음이 여유로운 삶을 사는 것이다.
"제가 작년에 했던 얘기가 '2024년에는 매체 두 개, 공연 두 개를 하고 싶다'였어요. 그런데 꿈이 이뤄질 거 같은 느낌이 들어요. 군 전역하고 일하느라 여행도 못 갔거든요. 작품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어요. 공연도 하려고 준비 중인데 내년엔 하지 않을까 싶어요. 뮤지컬은 매체랑 전혀 다른 종합예술의 끝판왕이라 생각해요. 제가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데다 팬들도 만날 수 있고, 뮤지컬 배우들을 존경하는 것도 있어요. 목 관리나 연기, 발성 모든 거에 있어서 기본이 탄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일찍 사회생활을 경험한 오승윤은 많은 사람을 만나고 스스로 일을 찾으려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타입이다. 배우가 선택을 받는 입장에 있다 보니 늘 불안한 마음을 밝은 얼굴 뒤에 숨기고 있다. 계속해서 일을 하고 싶은 욕심을 지닌 그는 매일 더 나은 연기자가 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연기는 연차가 중요치 않은 거 같아요. 가장 어렵고 힘든 게 지금이거든요.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있고, 인물에 오롯이 투영돼야 하는데 잘못하면 흉내가 되어버려요. 꽉 채운 교집합을 찾아야 하는데 제가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다 보니까 그 인물로서 이해하고 오롯이 투영되는 게 어렵죠. 연기 외적으로 인간관계도 힘든 게 많아요. 현실의 고민이나 고찰 때문에 캐릭터를 이해할 때 의심이 생기는 경우도 있어요. 나의 친한 친구나 여자친구도 (생각과) 틀린 게 많았는데 이 캐릭터는 나와 대화를 한 적이 없는 인물이잖아요. 그래서 확신으로 가는 길이 더 길어지고 폭이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여느 청년들처럼 성공에 대한 야심찬 꿈도 꾸지만 정작 오승윤이 가장 즐거운 순간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걸 먹을 때'다. 소소한 행복의 소중함을 아는 그는 알고 보면 입담도 좋고 웃음도 장난기도 많은 사람이다.
"예능에 대한 욕심이 많아요. 너무너무 하고 싶어요. '나 혼자 산다'도 좋고 특히 '놀면 뭐하니?'를 좋아해요. 예능하면서 앨범도 내고 꽁트도 하잖아요. 예전에 이승기씨가 너무 부러웠어요. 예능도 연기도 노래도 다 잘하는 만능 엔터테이너잖아요. 저 역시 이거저거 다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어요. '1박 2일'도 잘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웃길 자신이 있거든요. 하하. 열정은 가득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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