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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사진도 나왔는데 "기억에 없다"... 기시다, 통일교 간부 만남 '발뺌'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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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사진도 나왔는데 "기억에 없다"... 기시다, 통일교 간부 만남 '발뺌' 통할까

입력
2023.12.0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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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거짓말이면 총리 진퇴의 문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29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29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4년 전 통일교 핵심 간부와 만났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기억에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하지만 주요 참석자와 함께 찍은 기념사진까지 공개되면서 기시다 총리가 뻔한 거짓말로 발뺌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야당은 “총리가 거짓말을 한 것이면 사퇴까지 가능한 사안”이라며 공세를 펴고 있다.

5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자민당 정조회장이던 2019년 10월 4일 일본을 방문한 뉴트 깅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과 통일교 유관단체 천주평화연합(UPF) 재팬의 수장인 가지쿠리 마사요리 의장, 마이클 젠킨스 UPF 인터내셔널 회장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을 입수해 보도했다. 전날 아사히가 ‘기시다-통일교 인사 만남’ 사실을 처음 보도한 뒤, 기시다 총리가 “깅리치 전 의원 등이 면담을 신청해 만났을 뿐이며 동석한 사람은 기억에 없다”고 해명하자 증거 자료를 공개한 것이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는 이날도 “면담할 때 동석자와 사진을 찍는 것은 보통 있는 일”이라며 “사진이 있다 하더라도 (기억에 없다는) 인식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베 대신 만나고 여태껏 감춰

아사히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가 UPF 핵심 인사와 만난 다음 날, UPF는 깅리치와 통일교 한학자 총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기념행사를 열었다. 당시 호소다파(현 아베파) 회장이었던 호소다 히로유키 전 일본 중의원 의장이 참석해 축사를 하면서 “오늘 이 행사를 아베 신조 (당시) 총리에게 보고하고 싶다”고 말했다. 호소다 전 의장은 지난해 아베 전 총리 사망 후, 이 영상이 공개돼 통일교 연루 의혹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자민당 의원 전원에 ‘통일교와의 관계를 모두 보고하라’고 지시한 당사자인 기시다 총리는 여태까지도 자신이 문제의 만남을 가졌던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애초 아베 당시 총리를 만나기로 돼 있었으나, 아베 전 총리 측에서 갑자기 면담자를 바꾸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의 측근들도 당시 면담에 대해선 “아베 측에서 깅리치 전 미 하원의장을 만나 달라는 부탁이 와서 이뤄진 것뿐”이라고 주장한다. 통일교 인사와 만나기를 꺼리는 아베 전 총리가 기시다 당시 정조회장에게 충분한 설명 없이 떠넘긴 자리일 가능성도 있다.

호소다 히로유키 일본 중의원 의장(당시 호소다파 회장)이 2019년 10월 5일 통일교 유관단체 천주평화연합(UPF) 재팬이 일본 나고야시에서 주최하고 한학자 총재가 참석한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통일교 관련 iPeace TV 영상 캡처

호소다 히로유키 일본 중의원 의장(당시 호소다파 회장)이 2019년 10월 5일 통일교 유관단체 천주평화연합(UPF) 재팬이 일본 나고야시에서 주최하고 한학자 총재가 참석한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통일교 관련 iPeace TV 영상 캡처


"거짓말 계속했다면 진퇴의 문제"

그럼에도 솔직히 인정하지 않고, 사실을 끝까지 부정하는 태도는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아즈미 준 국회대책위원장은 취재진에 “(면담 사진으로) 총리의 주장은 무너졌다”고 지적한 뒤 “총리가 거짓말을 해 온 것이라면 진퇴가 걸리는 문제”라고 말했다. 야당은 8일 열리는 예산위원회에서 기시다 총리를 강하게 추궁할 계획이다.

이미 20%대 초반까지 주저앉은 내각 지지율은 더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의혹뿐 아니라 지난주부터 시작된 도쿄지검 특수부의 자민당 계파 불법 정치자금 의혹 수사에 대해서도 기시다 총리는 “각 계파가 잘 설명하라”는 지시만 반복하는 등 무책임한 대응을 계속하고 있다. 자민당 내에선 벌써 다음 번 지지율 조사 결과가 두렵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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