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타 림짜른랏 전 태국 전진당 대표 인터뷰]
4~7일 방한해 콘텐츠 산업·노동자 문제 논의
“한국 방문을 통해 경제 기적, 소프트파워 산업 성공, 민주화 등 여러 측면을 배우길 희망한다. 특히 창조 산업 기업과의 협력은 태국 문화·콘텐츠 지형을 변화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본다.”
올해 5월 태국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피타 림짜른랏(43) 전 태국 전진당 대표는 3일 한국일보·코리아타임스와의 공동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방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4~7일 나흘 일정으로 한국을 찾아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과 YG엔터테인먼트, 서바이벌 슈팅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 업체 크래프톤 등 문화 콘텐츠 기업을 방문한다.
”한국처럼 콘텐츠로 국제사회 위상 강화”
피타 전 대표는 태국 정치 개혁의 아이콘이다. 미국 하버드대 출신인 그는 5월 총선에서 금기나 다름없던 왕실모독죄 개정 등 파격 공약을 앞세워 ‘군부 대 탁신 전 총리 세력’이라는 태국의 오랜 정치 양강 구도를 뒤집었다. 신생 정당이던 전진당은 민주화를 열망한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어 하원 제1당에 올랐고 피타 전 대표는 총리 후보가 됐다. 그러나 기득권 세력의 반대로 집권엔 실패했다. 현재 두 번째로 많은 득표를 한 푸어타이당이 친군부 정당들과 손잡고 정부를 구성한 상태다.
피타 전 대표의 방한은 지난 10월 미국 워싱턴행에 이어, 총선 이후 두 번째 해외 방문이다. 왜 한국을, 그것도 주요 문화 콘텐츠 기업을 콕 집어 찾기로 했을까. “태국의 국제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외교 노력 일환”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피타 전 대표는 “태국은 글로벌 무대에서 ‘미들 파워 국가’(국제사회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견국)로 자리매김해 미국·중국 같은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고, 일부 국제사회 문제를 선도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기술·소프트파워 발전으로의 (영향력을 키워온) 한국의 여정은 태국에 영감을 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이 문화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국제적 영향력이 커진 점을 언급한 것이다. 한국 콘텐츠 기업과 전략적 협력을 맺고, 성공 모델을 태국에 적용함으로써 한국과 같은 길을 걷겠다는 복안이기도 하다. 피타 전 대표는 “한국의 전문성을 참고해 (태국에서) 정책을 개선하고 확대하는 방법을 논의할 것”이라며 “소프트파워 강화를 통해 한국과 태국 관계도 더욱 돈독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법체류 문제 등 갈등 해결 나설 것”
양국 오해와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가교 역할도 다짐했다. 피타 전 대표는 최근 태국 내에서 ‘한국 입국을 부당하게 퇴짜 맞았다’며 한국 여행 보이콧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는 사실을 언급하며 “(불법체류) 위험을 낮추려는 (한국 출입국) 당국의 상황을 이해한다”고 운을 뗐다.
다만 막기만 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①한국 정부의 입국 거부 근본 원인을 면밀히 조사하고 ②합법적으로 이주한 노동자가 불법으로 빠지지 않도록 노동자의 기본 권리를 보호하며 ③이들이 정당한 취업 기회를 추구할 수 있는 법적 보장이 병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우선 방한 기간 중 한국에 합법적으로 머물고 있는 태국인 노동자들과 만나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듣고 해결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피타 전 대표는 “입국 거부처럼 눈에 보이는 문제만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 체류 노동자 문제 전반을 해결하는 기틀을 만들겠다”며 “전진당이 위원장을 맡은 국회 상임위원회와 (제1야당의) 지위를 활용해 보다 명확한 해결 밑그림을 제공하고, 법안을 발의·지원하겠다”고 밝혔다.
5년 뒤 총선에 재도전 의지 내비쳐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일각에선 피타 전 대표가 ‘차기’를 염두에 두고 콘텐츠 확보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그는 ‘다음 선거에 다시 나설 것인가’라는 질문에 “물론(Certainly)”이라고 답하며 재도전 의지를 내비쳤다.
올해 선거 결과에 대해선 “태국 민주주의 여정의 중추적 순간이자 태국 사회와 청년들에게 ‘희망의 정치’를 보여 주는 획기적 전환점이 됐다”고 자평했다. 비록 이번엔 정권을 잡지 못했지만, 5년 뒤 총선을 위해 주요 이슈와 산업을 선점하고 기반을 닦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태국 내 피타 전 대표의 인기와 사회적 영향력을 감안하면, 한국 각계와의 협력이 향후 태국 사회·문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는 미국 시사주간 타임이 선정한 올해 ‘떠오르는 인물 100인’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태국인이다. 태국은 물론, 서구에서도 주목하는 인물이다.
전진당 인기 역시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 8월 태국 방콕 스리파툼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전진당 지지율은 49%로 절반에 육박했다. 5월 총선 득표율(38%)보다도 11%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집권 푸어타이당 지지율은 선거 당시 29%에서 10%로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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