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이후 소란한 내 마음 청소해주지 않을까 싶었다"
가수 지망생 목하 역 위해 하루 3시간 43회 레슨받기도
"목하의 꿈, 유예됐지만 정체되지 않아"
"'태풍을 견뎌 불자. 기적을 만들어 불자.(전라도 사투리) 그럴 힘이 내 속에 있다' 그런 다짐이 내게 필요하다."
무인도에 갇힌 서목하(박은빈)는 태풍 앞에서 머리를 질끈 묶는다. 두려워하지도 지지도 않겠다는 다짐인 셈. 15년 만에 무인도에서 탈출해 다시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한 고난 앞에서도 목하는 또다시 머리를 질끈 묶는다. 좌절에 굴하는 대신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겠다는 의지다.
"2023년은 어떤 캐릭터로 나를 기억하고 싶은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대본에서 머리를 질끈 묶고 주변을 정리해 나가는 목하를 보며 생각했어요. 지난해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좋지만 소란스러웠던 제 마음을 목하가 잘 청소해줄 것 같더라고요." 4일 서울 강남구에서 진행된 tvN '무인도의 디바' 종영 인터뷰에서 만난 박은빈(31)의 말이다.
무인도에서 15년 만에 구조된 가수 지망생 목하가 꿈을 이루는 내용의 '무인도의 디바'는 공개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을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제목만으론 예측이 어려운 이야기인데, 박은빈은 왜 '우영우' 다음으로 이 작품을 선택했을까?'
그렇게 3.2%의 시청률로 시작한 드라마는 지난 3일 마지막 회는 자체 최고 시청률(9.0%)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박은빈은 "(첫 방송 시청률은) 예측한 대로라 놀라진 않았고, 준비한 대로 쌓아 나가면 봐주시는 분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해 절망적이진 않았다"고 말했다. 박은빈의 안목은 '우영우'에 이어 '서목하'에도 통한 셈이다.
하지만 안목만으로 박은빈의 성과를 설명할 순 없다. 그가 작품마다 최선을 다한다는 건 익히 잘 알려진 사실. 이날에도 박은빈의 자리엔 그가 작품을 준비할 때마다 쓴다는 '캐릭터 노트'가 놓여 있었다. 하늘색 표지에 박은빈이 가장 좋아하는 토끼와 당근이 그려진 작은 노트였다. 어떤 내용을 주로 적었느냐 물으니 "무인도에 대한 이야기를 제일 많이 써 놨다"는 답이 돌아왔다.
"드라마의 기저에 '모두가 각자만의 무인도에 갇힌 세월이 있었다'는 메시지가 있어요. 목하는 물리적으로 무인도에 떨어지면서 꿈이 유예됐지만 정체되진 않았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내 안에도 무인도란 공간이 있었겠구나' 싶었어요. 그 안(무인도)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세상 밖으로 나오느냐에 따라 맺는 관계도, 저도 달라지겠구나 깨달았죠."
노트 속 또 다른 키워드는 '노래'였다. 박은빈은 3단 고음을 비롯한 모든 곡을 직접 불렀다. 6개월간 한 번에 3시간씩, 총 43번의 레슨을 받으며 프로에 가까운 노래 실력을 만들었다.
매 작품 어느 것 하나 쉬워 보이지 않는 그의 선택엔 늘 '도전'이란 단어가 따라붙는다. 그러면서도 그는 '도전하는 캐릭터를 선호하느냐'는 질문엔 손사래를 쳤다. "도전을 좋아하지 않아요. 도전의 아이콘이 되고 싶은 생각도 없고요. 단지 제 마음에 충실한 결과 같아요. 지나고 보니 어려운 선택이긴 하더라고요. 하지만 스스로 한 결정에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해 쌓아오다 보니 저도 성장했네요."
데뷔 28년 차. 박은빈은 올 4월 '우영우'로 제59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박은빈은 대상의 무게를 "부담이 아닌 '터닝 포인트'로 삼게 됐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우영우'가 모두 예상 못 한 초대박 난 작품일 뿐 그런 행운이 또 올 수 있을지는 나도 모르는 일"이란 의연한 태도도 함께였다. 머리를 질끈 묶은 목하처럼 박은빈은 "조급해하지 않고 할 일들을 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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