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병연씨 유해 본국 송환
조선인 1,000명 타라와전투서 사망
4일 영광서 추도식 후 선산에 안치

태평양 지역 강제동원 희생자 가운데 최초로 신원이 확인된 고 최병연씨의 유해가 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봉환됐다. 유족들이 유골함을 운구차로 옮기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태평양전쟁 당시 일제에 의해 전장으로 끌려가 숨진 고 최병연씨의 유해가 8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고인은 태평양 격전지에서 처음으로 신원이 확인된 한국인 강제동원 희생자다.
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미국 하와이에 있는 미 국방부 전쟁포로ㆍ실종자 확인국(DPAA) 본부에 보관 중인 고인의 유해는 이날 오후 6시 30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봉환됐다. 행안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과 함께 유족 대표로 고인의 손자가 직접 하와이로 가서 유해를 모셔왔다.
고인은 24세이던 1942년 일본 해군 군속(군무원) 노무자로 현재 키리바시공화국 수도인 타라와섬으로 강제동원돼 이듬해 타라와전투에서 숨졌다. 타라와전투는 타라와섬을 강제 점거한 일본군에 맞서 미군이 상륙작전을 벌였던 전쟁이다. 당시 전사자만 6,000명이 넘는다. 일제에 의해 강제동원된 조선인 1,000여 명도 총알받이로 내몰려 목숨을 잃었다.
낯선 태평양 섬나라에서 이름도 없이 영원히 잊힐 뻔한 고인과 유족에게 5년 전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2018년 DPAA가 타라와섬에서 발굴한 미군 유해 옆에서 아시아계로 추정되는 유해가 발견됐고, 2019년 정부의 유전자 교차 분석을 통해 유해가 최병연씨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태평양 지역 강제동원 희생자 중에서 신원이 확인된 첫 번째 사례였다.

태평양전쟁에 강제 징용된 최병연씨의 유해가 발굴된 현장.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제공
정부는 2020년 유해 봉환을 추진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고인의 귀향은 4년 가까이 중단됐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DPAA, 키리바시공화국 등과 협조해 유해 봉환이 재추진됐고, 올해 9월 유해가 하와이로 옮겨지면서 마침내 80년 만에 고국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국내 봉환된 고인의 유해는 곧바로 고향인 전남 영광군으로 운구됐다. 4일 오후 2시엔 영광문화예술의전당에서 추도식이 거행된다. 유족을 비롯해 이상민 행안부 장관, 영광군수 등 2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후 고인은 선산에 안치된다.
고인의 차남 최금수(81)씨는 “80년 만에 기적적으로 아버지를 유해로나마 뵐 수 있게 됐다”며 “지금이라도 선산에 모시게 돼 평생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드린 것 같아 더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이상민 장관도 “강제동원 희생자 유해 봉환은 국가의 책무이자 가슴 아픈 역사를 치유하는 일”이라며 “정부는 마지막 한 분의 유해를 봉환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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