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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저출생, 흑사병 창궐 당시 중세 유럽 인구감소 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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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저출생, 흑사병 창궐 당시 중세 유럽 인구감소 능가"

입력
2023.12.03 10:03
수정
2023.12.0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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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한국은 소멸하는가' 칼럼 게재
"잔인한 입시경쟁·남녀갈등 등 원인"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흑사병이 창궐하면서 인구가 크게 줄었던 14세기 중세 유럽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한국에서 인구가 감소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올해 3분기 한국의 역대 최저 '합계출산율 0.7명' 기록을 설명한 미국 뉴욕타임스(NYT) 칼럼이 이같이 진단한 것이다.

NYT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서트는 2일(현지시간)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은 선진국들이 안고 있는 인구감소 문제에 있어 두드러진 사례 연구 대상국"이라며 최근 발표된 한국의 3분기 출산율 통계를 소개했다. 다우서트는 2009년부터 NYT에 정치, 사회, 국제정세 관련 고정 칼럼을 써온 보수 성향 필자다.

앞서 한국 통계청은 지난달 29일 3분기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1년 전보다 0.1명 줄었다고 발표했다. 다우서트는 "이 수준의 출산율을 유지하는 국가는 한 세대를 구성하는 200명이 다음 세대에 70명으로 줄어들게 된다"며 "이러한 인구감소는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감소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대 간 인구 감소와 전염병에 의한 전체 인구 감소를 단순 비교하기엔 한계가 있으나, 한국의 출산율이 그만큼 극단적으로 낮다는 점을 단순화해 비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14세기 유럽 지역에서 흑사병에 의한 정확한 사망 통계는 없지만 학계에선 흑사병으로 인구 10명 중 5, 6명이 사망한 지역이 적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다우서트는 이어 "추가로 한 세대가 더 교체되는 실험을 수행하면 원래 200명이었던 인구는 25명 밑으로 떨어지고, 한 세대가 더 교체되면 스티븐 킹 소설 '스탠드'에서 나오는 가상의 슈퍼독감으로 인한 급속한 인구 붕괴 수준이 된다"고 썼다. 다만, 이처럼 낮은 한국의 출산율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고 그는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2067년 한국 인구가 3,500만 명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통계청 인구추계(저위 추계 시나리오 기준)를 인용하며, 이런 전망만으로도 충분히 한국 사회를 위기에 몰아넣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우서트는 "불가피한 노인 세대의 방치, 광활한 유령도시와 황폐화된 고층빌딩, 고령층 부양 부담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젊은 세대의 해외 이민이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이 유능한 야전군을 유지하려고 고군분투한다면 합계출산율 1.8명인 북한이 어느 시점에선가 남침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저출산의 원인으로는 잔인한 입시경쟁 문화를 거론했다. 또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 대한 페미니스트들의 반란, 그에 반발해 나타난 남성들의 반(反)페미니즘이 남녀 간 극심한 대립을 남겼고, 인터넷 게임 문화 등이 젊은 남성을 가상의 존재에 빠져들도록 한 게 혼인율 하락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다우서트는 짚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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