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이후 산재청문회에 회장들 첫 출석
잇단 산업재해 사망사고에 고개 숙여
사업장에서 발생한 잇단 사망사고로 DL그룹 이해욱 회장과 SPC그룹 허영인 회장이 1일 국회에 불려 나와 고개를 숙였다. 이들은 "뼈저리게 반성한다"고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DL그룹 건설사 DL이앤씨에서는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8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SPC 계열사인 SPL에서는 지난해 10월 20대 근로자가 끼임 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올해 8월에는 또 다른 계열사 샤니에서 5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사망했다.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두 회장은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고 공식 사과했다. 이 회장은 "1년 반 동안 8명이 사망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지 않나"라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생각할수록 너무 부끄럽다"며 "심사숙고해서 변화를 이끌어내겠다.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했다. 허 회장은 "저희가 부족해서 산업재해가 난 것으로 생각한다"며 "모든 직원이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두 회장은 현장 안전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회장은 "안전 비용의 경우 올해 작년보다 29%를 증액했고, 내년에도 20% 이상 늘릴 계획"이라며 "가장 안전한 현장을 운영하는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허 회장은 "안전교육을 더 많이 하고 위험한 부분은 기계 설비로 대체해서 우리 작업자들을 보호하겠다"고 했다.
산업구조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건설업계는 최저 입찰 경쟁을 하면서 공사비를 줄이고 작업 일수도 줄여야 이익이 남는 구조"라면서 "결국 빨리 공사를 끝내기 위해 공사를 서두르다 이런 사고가 반복된다"고 했다. 다단계 하도급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뜻이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PC의 대다수 계열사는 2조 2교대가 50%를 상회하고 SPL 제빵공장은 67.4%에 달한다"며 과로 근무 체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회장은 청문회 내내 무거운 표정으로 의원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이날 청문회는 고성이나 비방 없이 진행됐다. 두 회장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고도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해 "국회를 우습게 본다"는 비판을 받았다.
다만 국민의힘 환노위 의원들이 전원 불참해 '반쪽 청문회'에 그쳤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DL그룹과 SPC그룹은 산재 예방 계획 제안서를 냈고,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기업 오너를 망신 주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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