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저궤도 선점하는 미국과 중국
한국 이제 첫삽인데... '사다리 차기' 할라
발사비용 감소, 6G 도래... 기술추격 적기
"미래 우주경제 가능성 놓치지 말아야"
"우주시장은 발사체가 아닌 위성이 먼저 열 겁니다. 위성통신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면 미국, 러시아 같은 발사체 강국들이 발사 단가를 올릴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달 29일 경남 김해시 김해테크노밸리에서 만난 윤승욱 케이피항공산업 대표는 향후 우주산업을 견인할 분야로 '위성통신'을 꼽았다. 윤 대표는 후발주자인 우리가 우주강국들과 기술 격차를 좁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성통신 서비스의 수요와 공급이 급격하게 늘고 나면, 우리 기업들도 비싼 값을 내고 위성을 쏴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그는 "미국 스페이스X 서비스의 가격과 기술은 이미 따라잡기 힘든 수준"이라면서도 "적어도 미래 가능성을 놓치진 말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뉴 스페이스'(민간 주도의 우주개발) 시대를 맞아 저궤도 위성통신을 활용한 초고속 인터넷 시장이 커지고 있다. 2일 국방부가 사상 최초로 군정찰위성을 쏘아올리며 저궤도 위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이미 민간 분야에서는 미국·중국 등 우주강국들은 이미 '주인 없는' 지구 저궤도를 차지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는 중이다.
낮게 도는 위성으로 LTE 속도 인터넷 공급
통신업체들이 기지국과 데이터센터, 전송선로 등의 인프라 투자로 구축한 네트워크로 정보가 오가는 지상통신은 서비스가 잘 되지 않는 음영지역이 생긴다. 반면 위성통신은 기지국 없이도 어디에서든 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하다. 지금까지 위성통신 시장을 지배했던 건 정지궤도 위성이다. 3만6,000㎞ 상공에 높이 떠 있어 서비스 지역이 넓지만, 위성까지 거리가 멀어 통신이 지연된다. 이와 달리 300~1,500㎞ 상공을 도는 저궤도 위성은 LTE 속도의 인터넷을 공급할 수 있다.
우주강국과 글로벌 우주기업들은 이미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을 선점했다. 가장 앞선 기업은 미국의 스페이스X로, '스타링크'라고 불리는 위성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5,000여 개가 넘는 위성을 확보했고, 이미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로부터 1만2,000여 개의 위성 발사를 승인받았다. 2030년까지 4만여 개를 쏘아 올리는 게 목표다. 미국 아마존은 '프로젝트 카이퍼(Kuiper)'라는 이름으로 10년간 3,000여 개 위성을 쏘아 올릴 계획이다. 중국 역시 '중국판 스타링크'로 불리는 '궈왕 프로젝트'로 2027년까지 1만2,000여 개 위성을 발사한다고 천명했다.
국내에선 이제 겨우 첫 삽을 뜬 수준이다. 한화시스템은 지난달 국내 서비스 개시를 위해 유럽의 저궤도 위성통신사인 유텔셋 원웹과 계약을 체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30년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 자립을 목표로 예비타당성조사를 받고 있다.
"수년 내 위성 개수 통제 시작될 가능성"
국내 움직임이 더딘 사이 시장이 잠식되거나, 저궤도 위성에 대한 글로벌 규제가 발동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스페이스X는 일본 통신사와 함께 스타링크를 스마트폰에 서비스할 계획이고, 지난달 29일에는 KT의 위성통신 계열사인 KT SAT이 선박 등 해양통신 분야에 스타링크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나 일본처럼 지상통신망이 발달한 국가에서도 이미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이 열리고 있는 셈이다. 저궤도 위성통신망이 어느 정도 완성되고 난 뒤에는 우주강국이나 기업들이 후발주자의 추격을 막기 위해 '사다리 차기'를 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강원석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전략기획실장은 "미국과 중국에서 1만 대 이상의 위성을 쏘아 올리는 계획이 나오면서 규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 사천의 한 우주항공기업 관계자도 "스페이스X나 아마존이 앞으로 수만 개의 저궤도 위성을 쏘아 올리면 2026년 이후 위성이 10만여 개에 달하고 미국 위성이 전체 위성의 약 5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그때부터는 (위성 개수를 통제하려는) 규제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저궤도 위성통신이 6G 상용화와 발맞춰 커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신민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위성통신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위성통신의 현황 및 전망 세미나'에서 "지금은 저궤도 위성통신의 기술 발전과 시장 환경이 맞아떨어져 가는 시기"라면서 "재사용 로켓이 활용되고 위성 부품이 소형화하면서 발사 비용이 낮아지고 있는 데다, 6G 시대가 도래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상태에서 저궤도 위성통신이 '때마침'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최경일 KT SAT 기술총괄 전무도 이 자리에서 "5G가 추구하는 통신 체계가 세계 모든 사람을 언제 어디에서나 연결한다는 것이었다면, 6G 시대에는 사람은 물론 모든 사물이 연결돼야 한다"면서 "사물은 산불·해양오염·국경감시 등에 필요한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장비뿐만 아니라 로봇, 도심항공교통(UAM)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IoT나 UAM 확대 등에 필요한 6G 통신망 구축을 위해선 저궤도 위성통신망 개발이 답"이라고 최 전무는 덧붙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