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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위한 변화, 지속 가능한 건축

입력
2023.12.04 04:3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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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지속가능한 현대 건축

편집자주

'정태종의 오늘의 건축'은 치과의사 출신의 건축가인 정태종(58) 단국대 건축학부 조교수가 국내외 현대 건축물을 찾아 각 건축의 지향점과 특징을 비교하고 관련된 이슈를 소개하는 기획입니다. 4주에 1번씩 연재합니다.


세계적 건축가 렘 콜하스가 설립한 건축설계사무소 OMA가 설계한 인터레이스는 인구 밀도가 높은 싱가포르의 주택난을 해결하면서도 누구나 살고 싶은 자연친화적 공공주택으로 이름이 높다.

세계적 건축가 렘 콜하스가 설립한 건축설계사무소 OMA가 설계한 인터레이스는 인구 밀도가 높은 싱가포르의 주택난을 해결하면서도 누구나 살고 싶은 자연친화적 공공주택으로 이름이 높다.

인간 주체와 자연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자는 의미의 지속가능성은 환경친화적 활동으로 요약할 수 있고, 확장하면 자연주의라 할 수 있다. 지속가능성은 건축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각 분야에서의 실천 방식은 매우 다양하다. 건축과 도시 분야에서는 주로 생태환경의 조성으로 나타나는데, 이러한 방식은 도시재생사업과 공공성으로까지 확장되며 한국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청계천 복원이나 서울로7017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주변의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지속가능성의 세태는 원론적인 방식보다 조금 더 간단하고 쉽게 해결하려는 듯 보인다. 이와는 다르게 우리 가까이에 기후변화와 지구를 구하자는 거창한 스케일이 아닌 일상 속의 지속가능성을 진지하게 실천하는 건축이 있다. 자연과 주거니 받거니 대화하는 건축공간 속을 걸으면서 찾을 수 있는 사례를 찾아가 보자.

지속가능성의 다양한 관점

프랑스 파리의 친환경 건축물 에두아르 프랑수아 타워는 화분에 담긴 식물이 늘어선 진열장처럼 보인다. Archdaily 캡처

프랑스 파리의 친환경 건축물 에두아르 프랑수아 타워는 화분에 담긴 식물이 늘어선 진열장처럼 보인다. Archdaily 캡처

지속가능성은 생태학적 용어로서, 생태의 작용, 기능, 생물 다양성, 생산을 미래로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속가능성은 용어의 정의만큼 단순하지는 않으며 수많은 분야에서 논의되고 있다. 한동안 우리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정치적 단어가 된 RE100은 에너지 시스템의 관점에서의 지속가능성이다. 재생에너지 전기(Renewable Electricity) 100%란 뜻으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된 전기를 사용해서 기업 활동을 해 글로벌 위기인 기후변화를 막자는 것이다. 또한 경영 분야의 지속가능성인 ESG 경영은 Environmental(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 구조)의 약자로 기업 자체와 동시에 기존에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환경적, 사회적 요소인 지구 환경과 사회 공동체를 고려하는 지속가능성의 경영을 의미한다. 건축 분야에서는 건축설계뿐만 아니라 건축환경, 건축시공 등을 포함한 다양한 수준에서 녹색건축, 친환경 건축 인증 제도 등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이탈리아 건축가 스테파노 보에리는 건축설계에서 지속가능성을 시도하는 가장 적극적인 경우인데, 나무와 식물을 심어 건물 자체가 숲을 이루게 한다는 수직 숲 도시 개념인 밀라노의 보스코 베르티칼레 프로젝트로 유명하다. 또한 프랑스 건축가 에두아르 프랑수아는 프랑스 파리 북서쪽 17구의 아파트에서 발코니의 장식용 기존 작은 화분들을 대형 화분으로 변형해 건물 전체를 두른 과감한 디자인의 타워 플라워를 선보였다.

자연과 대화하는 건축

싱가포르 다운타운에 위치한 캐피타 스프링 건물은 도시 경치를 360도로 감상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인 전망대로 유명하다.

싱가포르 다운타운에 위치한 캐피타 스프링 건물은 도시 경치를 360도로 감상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인 전망대로 유명하다.

녹색 도시를 표방하는 싱가포르에서는 이런 극단적인 사례는 아니더라도 자연을 건축에 접목하려고 시도하는 건축을 찾아볼 수 있다. 싱가포르는 해수면 및 기온 상승, 건기 확대, 강우량 증가 등 기후변화의 영향에 취약한 국가이며 적도 바로 아래에 위치해 연중 기온이 높고 강수량이 많은 전형적인 열대우림 기후에 속한다. 그 덕분에 싱가포르는 풍부한 숲과 자연환경을 이용해 기후변화에 대비해 온 국가적 대응 체계 중 하나인 자연 속의 도시를 만들고자 시도해 왔다. 녹색건축물 기본계획인 녹지, 온실가스, 에너지 효율성 등 생태학적 공간과 친환경 건축 등을 노력한 결과 건축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서 지속가능성을 높이게 됐다. 싱가포르의 지속가능성을 대표하는 건축물인 렘 콜하스, OMA의 공동주택 인터레이스는 기존의 공동주택과는 다른 공간구성을 기반으로 도심 속 공중 정원이자 자연 속 이상향과도 같은 주거공간을 설계했다. 최근 싱가포르 도심에 지어진 지속가능한 건축 사례인 초고층 캐피타 스프링은 현대건축물 사이사이에 틈새를 만들어 자연을 심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유리 건물 커튼 사이로 나무가 자라는 듯하다.

자연을 이고 있는 건축

건축가 소우 후지모토가 설계한 임시 신사. 건물 위로 수목을 들인 디자인이 인상 깊다. 다자이후텐만구 홈페이지 캡처

건축가 소우 후지모토가 설계한 임시 신사. 건물 위로 수목을 들인 디자인이 인상 깊다. 다자이후텐만구 홈페이지 캡처

건축가 소우 후지모토는 2023년 여름 후쿠오카 근처 다자이후텐만구에 최근 독특한 건축인 임시 신사를 설계했다. 텐만구(天満宮)는 학문의 신을 모시는 신사인데, 일본 3대 텐만구로 손꼽히는 이곳은 교토부에 있는 기타노텐만구와 함께 가장 규모가 크고 참배객도 많다. 919년에 창건됐으니 무려 1,100년이 넘는 세월을 지켰다. 2027년 텐진 신앙을 알리기 위한 식년대제를 앞두고 본전의 리모델링을 진행하는데, 3년의 개축 기간에 신사 역할을 맡아 방문객을 맞이하는 공간이 임시 신사 가리덴(仮殿)이다. 내부에 설치된 장막과 휘장에는 이곳을 상징하는 매화나무를 전면에, 좌우에는 주변 경치와 자연의 풍요로움을 담았다. 마치 일본 식당 입구에 걸어두는 천, 노렌(のれん)과 같은 일본 특유의 임시 구조물을 연상케 한다. 외형은 전통적인 공간구성에 현대적인 기하학적 건축을 접목하고 신사 위로 푸른 숲이 드러나도록 설계했다. 마치 물을 주면 머리에서 잔디가 자라는 잔디 인형처럼 건물 지붕에 나무와 풀들이 빼곡하다. 언뜻 보면 황당하다고 느껴지기도 하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기존 신사와는 다른 낯선 분위기가 전해진다. 이곳을 바라보니 오래된 전통 건축 기와지붕 사이를 뚫고 올라온 들풀을 본 기억이 떠오른다. 이곳에 가보면 지속가능성은 우리의 마음가짐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이와 함께 다자이후 역에서 텐만구로 걸어가는 도중에 있는 스타벅스에서는 못을 사용하지 않고 목재를 겹쳐 만든 구마 겐고의 지속가능한 인테리어도 볼 수 있다.

내부 속까지 자연이 되고 싶은 건축

건축가 구마 겐코가 설계한 도야마 유리공예 미술관은 나무와 유리가 연결된 독창적인 내부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건축가 구마 겐코가 설계한 도야마 유리공예 미술관은 나무와 유리가 연결된 독창적인 내부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일본 서쪽 작은 도시 도야마. 겨울에는 눈이 많아 일본의 알프스라는 별명이 붙은 소도시다. 오래된 노면 전차가 지나가는 구도심에 유리의 도시답게 일본 건축가 구마 겐코가 설계한 도야마 유리공예 미술관이 있다. 미술관 외부는 유리 공예관답게 유리와 석재를 이용한 마감인데 내부로 들어가면 커다란 반전이 숨어 있다. 중앙의 거대한 중정을 중심으로 계단과 에스컬레이터가 놓이고 중정 전체를 목재로 감쌌다. 중정 아래에서 위쪽으로 올라가면서 루버에 점차 가까이 다가갈수록 나무 루버로 만든 탁월한 공간과 분위기에 감탄하게 된다. 소위 건축 재료를 이용한 지역성이 드러나는 건축이라 자연스럽게 도시를 대표하는 건축물이 된다. 현대 건축이지만 마치 오래전부터 이곳을 상징해 왔던 건축처럼 보인다. 건축물 내부 속까지 주변 지역에서 나는 자연의 재료를 이용한 공예관은 가성비로 많은 부분을 결정하는 일반적인 건축시공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건축이다. 주변 지역의 자연에서 나고 자란 재료를 이용하는 것이야말로 자연과 인류, 지역과 세계를 고려한 지속가능성의 사례라 할 수 있다.

회귀와 지속가능성

얼마 전 개인적으로 백여 년 된 주택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오랜 세월을 견딘 것만으로도 대단하지만, 그렇다고 전통 건축으로서의 보존 가치가 커 보이지는 않았다. 고택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살펴보는데 오래된 지붕의 기와 사이로 자라난 이름 모를 들풀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 작은 풍경에 한참 눈길을 주고 바라보았다. 지붕 틈새에서 버티고 있는 들풀뿐만 아니라 수백 년 된 회화나무나 기존 주택의 배치 등 뛰어난 자연환경과 공간구성이 만드는 관계와 분위기가 좋았다. 기존의 좋은 부분은 남기고 필요하거나 요청되는 것은 추가해서 이 주택만의 작지만 새로운 지층의 역사를 만들고 이어갔으면 하는 생각을 건축주에게 전했다. 주변의 호숫가 전망과 대지의 경사 문제로 기존 주택 전체를 철거하려 했던 건축주도 공간을 직접 마주 대하고 그 속에서 머물러보니 이곳이 가진 장점을 알아가는 듯했다. 아무리 새것이라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지저분하고 누추하고 당연히 초라하게 된다. 그렇다고 전체를 다 없애고 새로운 것으로 바꾸는 것은 언제든 결정할 수 있지만 한번 정하면 돌이킬 수 없다. 도시 계획을 통해 도시와 자연의 조화를 이루자는 지속가능성의 거대한 목표도 우리의 일상 속에서 작은 실천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지속가능성은 아마도 미래를 향하는 단선적이며 직선적인 역사에서 다시 뒤돌아봄을 의미하는 회귀로 해석할 수 있다. 자연을 동반자가 아닌 대상으로 정의하고 필요에 따라 개발해 이익을 취해왔던 인류의 역사는 이제 그 한계가 왔음을 여러 가지 전조가 알려준다. 어떤 분야이든 기본적으로 다양성이 섞여야 지속할 수 있으므로 위상학적 건축은 현대사회 지속가능성의 상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극단적으로 호불호의 선호도가 갈리는 한국은 더욱더 다양성을 통한 지속가능성이 필요해 보인다. 아직 아기 걸음마 단계인 한국 지속가능성의 미래를 응원한다.



글·사진=정태종 단국대 건축학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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