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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노동·연금 개혁의 초심

입력
2023.11.29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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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카르텔·노조회계 겨냥한 개혁
정작 핵심 과제는 뒤로 밀리며 표류
초당적 협력 강조한 초심 되새겨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2022년 5월 16일 첫 국회 시정연설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의원석을 돌며 야당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교육·노동·연금 3대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정부와 국회의 초당적 협력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는 초고난도 ‘킬러 문항’이 출제되지 않았다고 한다. 무엇을 킬러 문항으로 봐야 하는지 논란은 여전하지만, 교육 당국의 설명은 그렇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가 차질 없이 이행된 셈이니, 정책 목표였던 사교육 경감 효과가 나타나야 하겠다. 그런데 지난해 26조 원으로 역대 최대였던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킬러 문항이 없었다고 하지만 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시험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졌다. 이에 대비한 사교육이 강화될 것이다. 물론 수능이 쉬워져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물수능’ 때는 내신 등 다른 영역의 사교육비가 늘어났다.

수험생들을 괴롭혔던 킬러 문항을 없앤 것은 잘한 일이지만 그것만으로 사교육을 줄일 수 없다는 건 국민 대다수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점수 줄세우기’를 한 뒤 1점이라도 높은 학생을 선발하려는 대학들, 실력보다 대학 간판을 중시하는 학벌주의, 자녀가 번듯한 직업과 간판을 갖기 바라는 학부모의 욕망 등 구조적으로 얽힌 사교육 문제가 ‘킬러 문항 배제’로 해결되진 않는다.

제도와 시스템, 국민 인식까지 모두 바뀌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정부의 교육개혁은 킬러 문항에만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정부가 킬러 문항과 사교육 카르텔 근절에 주력하면서 정작 중요한 개혁 과제는 묻혔다. 인공지능(AI) 시대에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할지, 학교 시스템과 입시는 어떻게 바꿀지, 정부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노동개혁은 어떠한가. 정부는 노조회계 투명화를 성과로 내세운다. 잘한 일이다. 투명한 재정 운영에 노조라고 예외가 될 순 없다. 그런데 정부의 생각이 ‘노동개혁=노조회계 투명화’에 맞춰졌다면 곤란하다.

회계 투명화와 관련해 정부는 회계 서류 속지 1장의 사진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조에 과태료를 물렸고, 노동계가 반발하면서 감정적으로 대립했다. 현 정부 들어 노정 관계는 오랜 기간 파탄 상태였고,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개혁 과제는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했다. ‘바쁠 때 몰아서 일하고 한가할 때 푹 쉬도록 하겠다’며 추진한 근로시간 개편도 여론의 역풍을 맞아 표류하는 상태다.

미래 세대를 위해 미룰 수 없다던 연금개혁은 보험료율을 언제 어떻게 올릴지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하지 못했다. 뒤늦게 윤 대통령은 “과학적 근거나 사회적 합의 없이 결론적인 숫자만 제시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정부가 그동안 수없이 강조한 교육·노동·연금 3대 개혁의 현주소가 이렇다. 여전히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국민들은 알기 어렵다. 사소한 것에 매달려 핵심 과제를 놓치는 건 아닌지 우려도 커진다.

3대 개혁에 대한 윤 대통령의 초심을 기억한다. 내용은 지난해 5월 16일 첫 국회 시정연설에 담겨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학생들에게 기술 진보 수준에 맞는 교육을 공정하게 제공하기 위한 교육개혁, 산업구조의 대변혁 과정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노동개혁, 지속가능한 복지 제도를 구현하고 빈틈없는 사회안전망을 제공하기 위한 연금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개혁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도 알고 있었다. 진영·정파를 초월한 초당적 협력, 의회주의에 대한 신념을 언급했다. 이후 개혁 작업에 거대 야당이 발목을 잡아 불만이 크겠지만, 대통령 스스로 의회를 존중했는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이 개혁에 대한 초심을 밝힌 것이 불과 1년 6개월 전이다. 총선이 코앞이라 3대 개혁이 물 건너갔다고 보는 이가 많지만, 아직 3년 이상의 임기가 남아있다. 개혁 의지만 있다면 짧지 않은 시간이다.

한준규 뉴스2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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