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트럼프 전국세력, 디샌티스 대안 선택
첫 경선 돌풍 기대… “경제 극우” 지적도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한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막대한 자금력과 조직력까지 손에 넣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내 대선후보 경선 독주를 저지하려는 반(反)트럼프 세력이 그를 대안으로 밀어올리고 있다.
수백만 자원봉사자 ‘풀뿌리 네트워크’
억만장자 찰스 코크가 지금을 대는 보수 성향 정치 단체 ‘번영을 위한 미국인 행동’(코크 네트워크)은 28일(현지시간)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선 본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이 헤일리”라면서다.
자원봉사자가 수백만 명인 전국 ‘풀뿌리 네트워크’와 넉넉한 자금을 갖춘 ‘코크 네트워크’는 공화당의 핵심 자금줄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애초부터 불화했다. 자유무역이나 이민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적대적 태도가 조직이 표방하는 전통적 보수 신념과 충돌했기 때문이다.
코크 네트워크는 트럼프 전 대통령 대항마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눈여겨보다 헤일리 전 대사를 낙점했다. 헤일리 전 대사의 기세가 워낙 좋았다. 최근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 유권자 대상 여론조사에서 디샌티스 주지사가 헤일리 전 대사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미국 정당별 대선후보는 주별 순회 경선을 거쳐 결정되는데, 경선 레이스 초반인 내년 초 실시되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는 전체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승부처다.
지지율이 오르자 자금도 따라왔다. 미국 대형 헤지펀드 시타델의 설립자이자 공화당의 거액 기부자인 켄 그리핀, 대형 건축자재 업체 홈디포 설립자 켄 랭곤 등이 헤일리 전 대사를 지원할 것이라는 얘기가 무성하다. 게리 콘 전 골드만삭스 회장이 주최한 선거자금 모금 만찬에 월가 인사들이 대거 등장하기도 했다.
지지율 ‘순풍’에 자금·조직력 ‘돛’까지
코크 네트워크의 가세로 헤일리 전 대사는 약점으로 꼽히는 조직력까지 확보하게 됐다. 공화당 첫 경선지인 아이오와는 당원만 경선에 참여할 수 있어 조직력이 중요하다. 코크 네트워크는 “수천 명의 활동가와 풀뿌리 단체 지도자들이 선거 현장에 투입되고, 광범위한 우편·디지털·(인터넷과 연결된) 커넥티드 TV 선거 캠페인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코크 네트워크가 공개한 선거 지원금 모금 규모는 약 7,000만 달러(약 900억 원)다.
헤일리 전 대사의 부상이 예상된 수순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자들의 입맛에 맞을 법한 시장자유주의 철학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진보 성향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은 27일 칼럼에서 “경제 정책 면에서 헤일리는 부자 감세와 노동자 혜택 삭감을 주장하는 극우 옹호자”라며 “공화당을 장악한 극단주의자들과 장단을 맞출 수 있다”고 독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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