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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되는 재해구호법 개정안

입력
2023.11.30 04:3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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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발생한 동해안 산불 피해 이재민들에게 전하기 위해 구호물품을 내리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동해안 산불 피해 이재민들에게 전하기 위해 구호물품을 내리고 있다.

자연 재난 이재민 구호와 의연금품 관리 등을 규율하는 재해구호법 일부개정안이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재해구호법은 재난을 당한 국민을 돕고 보살피는 중대한 법안이다. 개정에 앞서 깊은 숙고와 폭넓은 논의가 필요한데도 공청회나 토론회 한번 없이 법안 개정이 진행되고 있다.

당사자라 할 전국재해구호협회와 모금기관들이 가장 걱정하는 대목은 정부의 과도한 통제로 국민의 자발적 성금 모금 및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점이다. 개정안의 일부 표현은 섬뜩할 정도다. 협회의 설립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우려를 발생시킨' 임직원에 대해 경우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의 형사처벌'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우려를 발생시킨'이라는 매우 애매한 내용을 근거로 심각한 형사처벌의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국민의 성금을 다루는 기관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의 필요성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그것이 민간기구에 대한 정부의 완벽한 통제와 장악의 당위성을 합리화하는 것은 아니다. 비정부기구(NGO) 특유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최대한 북돋우면서 동시에 효율적인 관리·감독을 조화롭게 병행해 나가야 한다.

지금의 재해구호법은 의연금 관리의 독립성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 속에 2007년 개정된 것이다. 역대 정부는 이후에도 재해구호법 개정을 계속 시도해 왔다. 그 요체는 협회를 장악해 의연금을 정부 입맛에 맞춰 쉽게 쓰려는 데 있다. 그렇게 되면 피해는 오롯이 재난을 당한 이재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1961년 전국의 신문사와 방송사, 사회단체가 모여 설립한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정부 보조금 한 푼 없이 국민의 자발적 성금과 봉사만으로 우리 사회가 키워온 구호단체다. 물론 국민의 소중한 성금을 관리하는 만큼 공적인 의무와 책임은 막중하다. 그래서 기존 재해구호법도 행정안전부가 협회에 대해 언제든 사무검사를 실시하고, 설립 허가 취소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의 규제와 벌칙 조항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한적십자사 등 정부 지원을 받는 공공기관과 비교해 봐도 형평성에서 어긋난다.

코로나19 팬데믹, 대형 산불, 집중호우, 폭염 등 재난은 날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대형화, 복잡화되고 있다. 단순한 정부의 관리·통제 강화를 넘어 새로운 재난 양상에 대응할 방안을 찾기 위해 국회, 정부, 재해구호협회, 학계와 민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권오용 전국재해구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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