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이준석 겨냥 "도덕성 부족, 부모 잘못 커"
이준석, 與野 할 것 없이 "부적절" 비판 쏟아져
혁신위 운명 결정 시기에 '인요한의 입' 리스크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의 잇단 설화가 여권의 혁신을 견인하는 데 리스크로 떠올랐다. '푸른 눈의 한국인'으로서 직설적으로 정치의 문제점을 꼬집을 때만 해도 여권의 극찬을 받았던 것과는 180도 다른 분위기다. 최근 혁신위원 간 갈등에 이어 인 위원장의 입 리스크가 혁신위 활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모습이다.
이준석 전 대표를 '준석이'라 칭하며 이 전 대표 부모를 거론한 것이 논란의 기폭제가 됐다. 인 위원장은 26일 충남 태안군 홍익대 만리포 해양연수원에서 열린 '청년 및 당원 혁신 트레이닝'에 참석해 "한국의 온돌방 문화와 아랫목 교육으로 지식, 지혜, 도덕을 배우는데, 준석이는 도덕이 없다"며 "준석이가 아니라 부모 잘못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준석이가 버르장머리 없다"고 했다. 지난 4일 인 위원장이 이 전 대표를 만나기 위해 부산 토크 콘서트를 찾았을 당시, 이 전 대표로부터 "미스터 린튼(인 위원장의 영문 성)"이라고 불린 것에 대한 서운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38세)가 인 위원장(64세)의 아들뻘이지만, 집권여당 대표를 지낸 정치인을 부모까지 언급하며 비판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당사자인 이 전 대표가 강하게 반발했다. 이 전 대표는 27일 SBS 라디오에서 "당대표를 지냈던 정치인한테 '준석이'라고 당 행사에서 지칭한다는 자체가 어디서 배워먹은 건지 모르겠다"며 "젊은 사람들이 이걸 패드립(패륜적 말장난)이라 그러는데, 패드립이 혁신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정치 12년 하면서 부모 끌어들여서 남 욕하는 건 본 적이 없다"며 "혁신위 활동은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직격했다.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은 "구상유취라고 양김을 비방하던 옛 유진산 총재가 연상된다"고 비판했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스스로 명을 자초하는 것 같다"며 "정치를 너무 쉽게 보는 것 아닌가. 인 위원장의 사과와 사퇴로 결말지어질 것 같다"고 가세했다.
인 위원장의 설화는 처음이 아니다. 혁신위 초기 언론 인터뷰에서 "당내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라"고 말했다가, 당내 반발이 커지자 "농담"이라며 주워 담았다. 이달 초엔 "남자가 아닌 똑똑한 여성들이 이 나라를 발전시켰다"는 발언으로 반감을 샀고,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해 "대통령 쪽의 신호가 왔다"(15일) "나라님"(21일) 등의 발언은 수직적 당정관계, 대통령실의 당무개입 논란을 자초했다.
인 위원장의 설화가 내년 총선에 앞서 혁신을 도출해야 할 시기에 오히려 혁신위의 동력 상실을 자초했다는 평가가 많다. 인 위원장이 통합 대상이라고 한 이 전 대표에 대한 발언은 1호 혁신안인 '통합'을 저해하는 꼴이 됐다. 아울러 혁신위가 당 지도부와 친윤석열계 핵심, 중진 의원들에게 '불출마·험지 출마'를 공식 건의로 의결해 최후통첩을 앞둔 상황에서 혁신위의 권위마저 흔들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떠올랐다.
인 위원장은 이날 당초 예정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의 회동을 전격 취소하고 두문불출했다. 다만 본보 통화에서 전날 발언에 대해 "이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부모님께 사과한다"고 밝히면서도 이번 논란이 혁신위 활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관측에는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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