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건물외벽 등 155곳 그라피티
"이갈이 심각한 질병, 알리고 싶었다"
재물손괴 혐의 입건... 구속영장 기각
이태원 등 서울 도심 건물 외벽 150여 곳에 특정 문구가 들어간 '그라피티(graffiti·길거리 그림)'를 그린 미국인 관광객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재물손괴 혐의로 미국 국적의 30대 남성 A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이태원을 비롯한 용산구 일대의 건물 외벽과 전봇대, 주택 대문, 쓰레기통, 도로 노면 등 각종 시설물 155곳에 스프레이 페인트와 특수펜을 이용해 '이갈이' 'bruxism(미국 의학용어로 이갈이라는 뜻)' 'brux' 등의 낙서를 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달 25일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등을 거쳐 A씨의 동선을 추적한 끝에 용산구 지인의 집 근처에서 검거했다.
그는 한국에 관광 목적으로 왔다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지난해 10월에도 한국을 찾아 비슷한 내용의 낙서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스스로를 '이갈이'로 지칭하며 그라피티 사진을 공유하기도 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이를 많이 가는데, 이갈이는 심각한 질병이라 경각심을 주려고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20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법원은 그가 잘못을 인정하며 피해 복구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 등을 기각 사유로 들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여죄를 수사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