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정보 강화 위해" 문책성에 선긋지만
'인사 파동' '파벌 다툼' 반복 원인으로 지목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김규현 국가정보원장과 권춘택 1차장, 김수연 2차장을 동시에 경질했다. 정보기관 지휘부를 모두 바꾼 셈이다. 표면적으로는 '대북정보 강화'를 이유로 들었지만, 김 원장의 조직 장악력에 대한 실망감이 동시에 표출된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그간 김 원장 체제는 지난 정부 당시 약화된 한미 정보협력 등을 복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지금은 한미·한미일 협력이 잘 돌아가고 있으니 북한에 특화된 능력을 더 활용하기 위해 고민한 결과"라고 말했다. 문책성보다는 환경 변화에 따라 이전부터 검토해 오던 조치의 성격이 더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정원 내부를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 정보 소식통은 "윤 대통령은 김 원장을 신임하지만, 국정원의 내부 알력이 잦아들지 않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6월 인사 파동 당시 국정원은 1급 간부들에 대한 보직 인사를 했다가 약 1주일 만에 번복하고 직무 대기발령을 냈다.
이와 관련, 김 원장 측근으로 알려진 A씨의 인사 관련 월권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A씨가 본인과 가까운 이들의 인사를 전횡하려다 윤 대통령에게 투서가 보고된 이후 뒤집혔다는 것이다. 지난해 윤 정부 출범 직후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고위 간부들이 대거 물러나는 과정에서도 '개혁'을 명분으로 내건 A씨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조상준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 돌연 사의를 표했을 때 조 실장과 국정원 수뇌부 간 충돌설이 제기됐는데, 당시에도 A씨의 인사 전횡이 원인으로 거론됐다.
이후 A씨가 면직되고 윤 대통령이 김 원장을 재신임하면서 정리가 되는 듯했다. 그러나 연말 대규모 개각 분위기와 맞물려 재차 잡음이 새어 나왔다. 'A씨와 A씨 측 인사들이 여전히 국정원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말이 도는가 하면 이를 계기로 한 '김 원장 교체설'이 거론되고, 권 1차장의 비위에 대해 대통령실이 감찰에 착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밖에 '쇄신 필요성'도 이유로 거론된다. 특히 대북 업무 외에 정보기관으로서 국정원 본연의 역할 회복이 절실하다는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정치개입이 금지된 상황에서 국정원이 전문성을 키우기는커녕 내부 파워게임에 흔들리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국정원이 무능하다고 비치는 것은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장과 1·2차장을 동시에 바꾸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함께 경질된 김 2차장의 경우 그간 인사파동 국면에서 거론되지 않던 인물이기도 하다. 이를 놓고선 '홍장원 1차장·황원진 2차장 체제로 국정원 내 권력의 판을 새로 짜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정원장의 경우 인사청문회까지 거쳐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홍 1차장이 상당 기간 원장 대행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큰데, 그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일괄 인사 조치라는 것이다. 신임 1·2차장의 경우 대통령실 핵심관계자와 근무 인연 등을 통해 연결된 것으로 알려져 향후 국정원을 향한 대통령실의 입김이 훨씬 세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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