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인요한 갈등 격화...30일 혁신안 송부 분수령
당내 "혁신위 활동 결과, 지도부 존치 여부 직결"
원희룡, 혁신위 힘 실어주며 정치적 공간 확장
내년 총선 '용퇴론'을 두고 신경전 중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정면충돌했다. 인 위원장은 '험지 출마'를 시사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만남으로 압박 수위를 높였고, 김 대표는 지역구인 울산에서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꺼내 들며 버티기를 본격화했다. 오는 30일 혁신위 희생 안건 정식 의결을 앞두고 양측의 충돌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인 위원장과 김 대표의 장외 신경전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인 위원장은 2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원 장관을 만나 오찬을 했다. 원 장관은 최근 내년 총선에서 험지 출마를 시사했다. 인 위원장은 오찬 후 "큰 틀에서 희생이 있으면 반드시 표로 오지 않겠느냐"며 "원 장관처럼 행동으로 옮기는 분이 많이 나오리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를 비롯해 혁신위의 희생 요구를 무시하거나, 지역구 고수 의지를 굽히지 않는 당 주류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원 장관 역시 "(혁신위 권고는) 우리가 택하고 안 하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 사느냐 아니면 버림받느냐는 문제라서 방향은 이미 정해졌다고 본다"고 힘을 실었다.
반면 김 대표는 같은 날 자신의 지역구인 울산 남구에서 의정보고회를 열었다. 그는 지역 주민들에게 "울산을 변방의 중심으로 올려놓겠다는 각오로 여기까지 달려왔다"며 "내 지역구가 울산이고, 내 고향도 울산이고, 내 지역구를 가는 데 왜 시비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위가 띄운 용퇴론에도 내년 총선 울산 남구 출마를 고수할 것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급기야 "대통령과 자주 만나 3시간씩 이야기한다. 하루에 3, 4번씩 전화도 한다"며 '윤심'까지 꺼내 들었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자신의 정치적 뒷배라는 점을 부각하며 입지를 흔들지 말라는 항변인 셈이다.
양측의 대치는 30일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일주일의 시간을 더 주겠다'고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낸 혁신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당 지도부와 친윤석열계, 중진들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안건을 의결해 최고위원회의에 공식 혁신안건으로 제출하기로 했다. 한 혁신위원은 통화에서 "논의 과정에서 어떤 단어를 선택해서 의결해서 보낼 건지, 구체적인 문구는 어떻게 다듬을 것인지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라고 말했다.
혁신안이 최고위원회의에 송부되면 당 지도부도 이를 무작정 거부하긴 힘들다. 김 대표가 '전권'을 약속하고 혁신위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의 거부로 혁신위가 활동 종료일(12월 24일)을 앞당겨 조기해체를 결정하게 될 경우, 지도체제 유지를 위해 혁신위를 '들러리'로 내세운 것이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대구·경북(TK) 지역에서 이런 반응이 두드러진다. 한국갤럽이 지난 21~23일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3.1%포인트) TK에서 '인 위원장이 잘하고 있다'는 답변은 55%로 나타났다. '김 대표가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9%에 불과했다. 당 관계자는 "(희생 권고한) 혁신위의 방향성은 의미가 있다"며 "혁신위 활동이 어떻게 마무리되느냐는 곧 지도부의 존치 여부와도 직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혁신안은 사느냐, 버림받느냐 문제" 주목받는 원희룡
원 장관은 '김기현 지도부'와 '인요한 혁신위' 간 갈등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정치적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혁신위의 험지 출마 요구에 적극 화답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출마도 불사할 수 있다는 뜻을 거듭 내비치면서 '대항마' 이미지를 굳히는 모습이다.
원 장관은 25일 인 위원장과의 오찬 뒤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원들이 치열한 논의를 거쳐서 명확한 과제를 제시해 주시면 거기에 대해 제가 헌신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어떠한 희생이 따른다 하더라도 마다하지 않겠다라는 동참(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초선의원은 "원 장관이 확실히 큰 정치를 하고 있다"며 "(대선이라는) 목표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내년 총선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2030 표심을 잡는 데도 적극적이다. 원 장관은 24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청년 주거 마련' 정책을 발표했다. 34세 이하 무주택 청년이 청약통장에 가입해 주택을 분양받으면, 주택담보대출을 연 2%의 저금리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원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래세대가 가장 불안해하고 고통을 겪고 있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응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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