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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윤심' 부각에 인요한 '희생' 맞불... 혁신위 최대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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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윤심' 부각에 인요한 '희생' 맞불... 혁신위 최대 고비

입력
2023.11.26 20:30
4면
0 0

김기현-인요한 갈등 격화...30일 혁신안 송부 분수령
당내 "혁신위 활동 결과, 지도부 존치 여부 직결"
원희룡, 혁신위 힘 실어주며 정치적 공간 확장

국민의힘 김기현(오른쪽)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오른쪽)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총선 '용퇴론'을 두고 신경전 중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정면충돌했다. 인 위원장은 '험지 출마'를 시사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만남으로 압박 수위를 높였고, 김 대표는 지역구인 울산에서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꺼내 들며 버티기를 본격화했다. 오는 30일 혁신위 희생 안건 정식 의결을 앞두고 양측의 충돌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인 위원장과 김 대표의 장외 신경전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인 위원장은 2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원 장관을 만나 오찬을 했다. 원 장관은 최근 내년 총선에서 험지 출마를 시사했다. 인 위원장은 오찬 후 "큰 틀에서 희생이 있으면 반드시 표로 오지 않겠느냐"며 "원 장관처럼 행동으로 옮기는 분이 많이 나오리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를 비롯해 혁신위의 희생 요구를 무시하거나, 지역구 고수 의지를 굽히지 않는 당 주류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원 장관 역시 "(혁신위 권고는) 우리가 택하고 안 하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 사느냐 아니면 버림받느냐는 문제라서 방향은 이미 정해졌다고 본다"고 힘을 실었다.

반면 김 대표는 같은 날 자신의 지역구인 울산 남구에서 의정보고회를 열었다. 그는 지역 주민들에게 "울산을 변방의 중심으로 올려놓겠다는 각오로 여기까지 달려왔다"며 "내 지역구가 울산이고, 내 고향도 울산이고, 내 지역구를 가는 데 왜 시비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위가 띄운 용퇴론에도 내년 총선 울산 남구 출마를 고수할 것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급기야 "대통령과 자주 만나 3시간씩 이야기한다. 하루에 3, 4번씩 전화도 한다"며 '윤심'까지 꺼내 들었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자신의 정치적 뒷배라는 점을 부각하며 입지를 흔들지 말라는 항변인 셈이다.

양측의 대치는 30일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일주일의 시간을 더 주겠다'고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낸 혁신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당 지도부와 친윤석열계, 중진들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안건을 의결해 최고위원회의에 공식 혁신안건으로 제출하기로 했다. 한 혁신위원은 통화에서 "논의 과정에서 어떤 단어를 선택해서 의결해서 보낼 건지, 구체적인 문구는 어떻게 다듬을 것인지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라고 말했다.

혁신안이 최고위원회의에 송부되면 당 지도부도 이를 무작정 거부하긴 힘들다. 김 대표가 '전권'을 약속하고 혁신위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의 거부로 혁신위가 활동 종료일(12월 24일)을 앞당겨 조기해체를 결정하게 될 경우, 지도체제 유지를 위해 혁신위를 '들러리'로 내세운 것이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대구·경북(TK) 지역에서 이런 반응이 두드러진다. 한국갤럽이 지난 21~23일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3.1%포인트) TK에서 '인 위원장이 잘하고 있다'는 답변은 55%로 나타났다. '김 대표가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9%에 불과했다. 당 관계자는 "(희생 권고한) 혁신위의 방향성은 의미가 있다"며 "혁신위 활동이 어떻게 마무리되느냐는 곧 지도부의 존치 여부와도 직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혁신안은 사느냐, 버림받느냐 문제" 주목받는 원희룡

국민의힘 인요한(왼쪽) 혁신위원장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5일 서울 영등포구 한 식당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인요한(왼쪽) 혁신위원장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5일 서울 영등포구 한 식당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원 장관은 '김기현 지도부'와 '인요한 혁신위' 간 갈등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정치적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혁신위의 험지 출마 요구에 적극 화답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출마도 불사할 수 있다는 뜻을 거듭 내비치면서 '대항마' 이미지를 굳히는 모습이다.

원 장관은 25일 인 위원장과의 오찬 뒤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원들이 치열한 논의를 거쳐서 명확한 과제를 제시해 주시면 거기에 대해 제가 헌신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어떠한 희생이 따른다 하더라도 마다하지 않겠다라는 동참(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초선의원은 "원 장관이 확실히 큰 정치를 하고 있다"며 "(대선이라는) 목표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내년 총선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2030 표심을 잡는 데도 적극적이다. 원 장관은 24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청년 주거 마련' 정책을 발표했다. 34세 이하 무주택 청년이 청약통장에 가입해 주택을 분양받으면, 주택담보대출을 연 2%의 저금리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원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래세대가 가장 불안해하고 고통을 겪고 있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응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순 기자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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