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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마케팅만 잘해선 안 되더라”...배민, 베트남서 4년 만에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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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마케팅만 잘해선 안 되더라”...배민, 베트남서 4년 만에 철수

입력
2023.11.27 10:2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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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8일 베트남서 서비스 종료
2019년 5월 진출 이후 4년6개월 만

베트남 호찌민시에 있는 '배민존(BAEMIN Zone)'에서 현지 배달원 등이 '배민'을 홍보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모기업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의 합작법인 ‘우아DH아시아’가 베트남에서 운영하는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민베트남이 베트남 시장에서 완전 철수한다. 특유의 B급 감성과 서체 마케팅 등 다양한 홍보 방식을 선보였지만, 공격적 할인과 선발주자 이점을 앞세운 동남아시아 토종 기업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면서 백기를 들었다.

B급 감성 앞세워 청년들 공략

26일 배민베트남은 앱 공지와 가입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다음 달 8일부터 운영을 공식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글로벌 경제 위기와 베트남 내 치열한 시장 경쟁으로 베트남을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019년 5월 현지 음식 배달 플랫폼 ‘비엣남엠엠(Vietnammm)’을 인수하면서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지 4년 6개월 만이다.

배민의 탈베트남은 이미 예고됐다. 니클라스 외스트베르그 딜리버리히어로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아시아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지만 베트남 시장은 수익성이 없다”고 말했다. 한 달 뒤 박닌, 호이안 등 일부 도시에서 사업을 중단한 데 이어 시장에서 완전히 발을 뺀 셈이다.

배민 앱 공지 화면. '안녕 베트남'이라고 적힌 문구를 통해 서비스 종료를 안내하고 있다. 배민베트남 앱 캡처

배민은 그랩(45%)과 쇼피푸드(41%)에 이어 베트남 내 음식배달 플랫폼 시장점유율 3위(12%·2022년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 집계)를 차지한다. 현지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특유의 ‘B급 감성’을 자극하는 다양한 마케팅 수단을 동원했다.

배달 가방에 "무슨 일이 있어도 음식을 지킨다" 같은 문구를 새기고, 뗏(베트남 구정) 기간에는 "이거 엄마한테 맡기지 마", "남자친구 있냐고 물어보지 마" 등의 문구가 적힌 세뱃돈 봉투를 제공했다. 또 베트남 사람들이 좋아하는 전래동화를 활용해 에코백을 만들거나 현지 유명 가수와 합작한 뮤직비디오도 선보였다. 현지 디자인 스튜디오와 함께 만든 세련된 글씨체를 앞세워 청년층을 적극 공략했다. 대부분 한국에서 성공이 입증된 홍보 방식이다.

“감성 마케팅의 씁쓸한 결말”

그러나 베트남인들은 “차라리 할인율을 높이는 데 신경을 썼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예컨대 그랩은 여러 할인 이벤트를 복수로 적용하면 배달 1건당 최소 200~300원에서 3,000원 정도까지 아낄 수 있지만, 배민은 할인 행사도 다양하지 않고 음식 가격도 경쟁사 대비 10%가량 비싸다는 게 사용자들의 설명이다.

배민이 지난해 5월 베트남 진출 3년을 기념해 도로에 설치한 옥외 광고판. 신선한 아이디어와 세련된 문구로 관심을 끌었다. 카페에프 캡처

20대 직장인 민안하이는 “귀엽고 재미있는 마케팅에 눈길이 가서 2년 전 앱을 설치하긴 했지만 할인율이 높거나 배달 가능한 음식이 더 다양한 것도 아니어서 한두 번 이용하다 지웠다”고 말했다. 그랩이나 쇼피처럼 차량 호출서비스나 택배, 쇼핑 등의 서비스를 함께 이용할 수 없는 점도 아쉬운 요인으로 꼽혔다.

배민은 뒤늦게 식료품 쇼핑 서비스 등에 나섰지만 결국 점유율 10%대의 벽을 깨지 못했다. 베트남 언론 단찌는 “배민은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좋은 브랜드이지만, 제품이나 서비스 면에서 다른 플랫폼과 차별점을 만들어 내진 못했다”고 평가했다. 결국 베트남 시장에서 더 필요했던 것은 눈길을 끄는 마케팅보다 낮은 가격과 효율이라는 의미다.

베트남 경제전문매체 카페에프는 배민베트남의 철수 소식을 전하며 이렇게 전했다. “배민은 지난해 진출 3주년을 맞아 참신하고 세련된 옥외 광고판을 선보여 온라인상에서 감탄을 자아냈다. 그러나 우수한 마케팅 팀이 있다고 해서 긍정적인 사업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감성 마케팅’의 씁쓸한 결말이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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