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항모 앞세워 연합훈련
북한의 이른바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 성공 선언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잇따라 위성 관제소를 찾고 있다. 북한은 위성으로 우리 군의 주요 기지는 물론 주한미군을 비롯한 미국의 군 기지를 촬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물증’ 공개는 빠졌다. 북한 위성은 궤도 진입에 성공했지만, 정작 중요한 위성의 성능과 역할을 놓고 북한이 '블러핑(허세)' 전략을 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무성하다.
26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방문해 위성이 촬영한 사진들을 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오후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가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된 이후 지난 22일과 24일에 이어 세 번째로 관제소를 찾았다.
북한 매체들은 만리경 1호가 24일에는 목포·군산·평택·오산·서울을, 25일에는 진해·부산·울산·포항·대구·강릉은 물론 미국 하와이와 부산에 정박 중인 미 해군 핵추진항공모함 칼빈슨함을 촬영했다고 주장했다. 또 앞서 22일에는 미국령 괌을 찍었다고 밝혔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우리 군의 핵심 시설인 해·공군작전사령부와 주한미군 사령부는 물론 미 태평양함대까지 북한의 정찰 시야에 들어온 셈이다.
하지만 정찰위성 발사의 성공을 증명할 수 있는 사진 공개는 없었다. 전문가들은 군사정찰위성이 촬영한 사진의 해상도가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을 우선 제기하고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이 칼빈슨함을 식별했다고 주장하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볼 때 사진의 해상도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5월 1차 발사 당시 우리 군이 수거한 만리경 1호의 주요 부품을 한미 전문가가 분석한 결과 해상도가 3m 정도여서 정찰위성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발사한 위성 역시 그 정도 해상도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위성이 제 기능을 하는 데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위성의 자세를 지구 방향으로 맞춘 후 자세 미세 제어에 보통 수개월이 걸린다”면서 북한의 공개 보도에 대해 “위성 비행 경로를 가지고 (성과를) 부풀리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앞서 지난 22일 북한의 괌 촬영 주장에 대해 “괌 사진을 찍었다는 것은 위성 분야에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다면 (발사) 첫날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정찰위성을 궤도에 올리자마자 바로 사진을 촬영해 지상 관제소에 전송했다는 것은 과장이라는 이야기다.
한편 한미일은 북한의 엄포에 3국 연합 해상훈련으로 맞불을 놨다. 해군은 이날 제주 동남방 공해상에서 해군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과 미 해군 핵항모 칼빈슨함, 이지스구축함 스터릿함 및 키드함,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 기리사메함이 참가한 가운데 북한 미사일·항공기 도발 상황을 가정한 방공전 훈련과 목표해역으로 조율되고 신속한 기동을 위한 해상기동훈련 등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해군은 “이번 훈련은 북한이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규탄과 만류에도 불구하고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는 등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한미일의 긴밀한 공조와 작전수행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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