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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막혀옵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10명 중 1명 자살 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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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막혀옵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10명 중 1명 자살 충동

입력
2023.11.2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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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 설문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은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여전히 일터에서는 적지 않게 발생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직장 내 괴롭힘은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여전히 일터에서는 적지 않게 발생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근무 중 인신공격과 모욕을 당하며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왔습니다. 이제 자살이 무섭지도 않습니다. 숨이 막혀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 10명 중 1명은 이 같은 자살 충동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을 죽음으로 내모는 일터 내 갑질이 여전함을 보여주는 수치다. 그런데도 정부는 직장 내 괴롭힘 인정 여부를 까다롭게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려가 크다.

26일 노동사회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직장인 359명 가운데 39명(10.9%)이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9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직원에 고통을 주는’ 직장 내 갑질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2019년 7월 시행 개정 근로기준법)에 저촉되는 불법이다.

관련법이 생겼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올해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상담 사례 중 52건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 언급’이 포함됐다. 직장인 A씨는 “과도한 업무를 거부하면 찍히고, 순순히 업무를 하면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일해야 하는 분위기에서 악몽, 우울, 자살 충동을 느끼며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간호사 B씨는 “다른 간호사들이 자기들끼리 쪽지를 주고받으며 제 험담을 한다. 성인들이 왜 자살하는지 이해가 된다”고 고통스러워했다.

피해자를 더 큰 절망감에 빠트리는 상황도 벌어진다. 회사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더라도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하거나, 오히려 보복을 당하는 경우다. 직장인 C씨는 “노동청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았지만 회사가 가해자와 분리 조치를 하지 않아 1년 넘게 같이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골프장에서 일하는 캐디 D씨는 “상사가 퇴사를 강요하고 근무정지를 시켰다. 제가 자살을 선택해야지만 제 일이 사회적으로 알려질 수 있는 것일까요”라고 호소했다.

직장갑질119는 “법에 명시된 대로 사업주가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에게 적절한 처분만 하더라도 수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 사회가 이 문제에 대한 감수성을 더 높여야 한다는 취지다.

직장갑질119 설문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을 겪은 10명 중 1명은 자살 충동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직장갑질119 설문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을 겪은 10명 중 1명은 자살 충동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판단 기준을 손보려는 분위기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지난 1일 청년 노동자 간담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법률상 판단 기준을 보완해야 한다는 등의 여러 의견이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고용부는 직장 내 괴롭힘 인정 기준을 ‘3개월 이상 지속, 평균 주 1회 반복’ 등으로 규정하자는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용역 보고서도 제출받았다. 허위 신고를 줄이자는 취지인데, 실제로 이같이 변화할 경우 피해자의 고통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승현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현행법조차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고, 사업주가 가해자일 경우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그런데도 고용부는 괴롭힘 인정 기준을 강화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데, 이는 피해자를 더 고립시켜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을 높이는 최악의 조치”라고 비판했다. 고용부는 ‘3개월 지속, 주 1회 반복’ 기준에 대해 “연구자 개인 의견”이라며 “다양한 현장 의견 및 사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완 방안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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