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구 이사장 ‘글로벌 서베이 리포트 기자간담회’서
6일 오전엔 국제 학술 콘퍼런스 진행
독일 나치가 유럽을 석권하는 공포 속에서도 30여 개 연합국이 승전의 희망을 담아 ‘대서양 선언’(1941년)을 채택했던 것처럼,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ㆍ중 전략 경쟁 이후의 인류 공영 새 질서를 담은 ‘인도-태평양 선언’을 모색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국내 대표적 독립싱크탱크로 올해 초부터 연구ㆍ탐색 시야를 한반도에서 세계로 확대한 니어재단(이사장 정덕구)이 5일 대담한 제안과 함께 전 세계 석학 40여 명의 분석과 해법을 담은 보고서를 선보였다.
정 이사장은 이날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니어재단 글로벌 서베이 리포트 기자간담회’에서 “미ㆍ중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지만 기후변화, 자연재해, 공중보건 등 분야에서는 협력 가능성이 남았기 때문에 잠정적 타협과 절충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유엔과 세계무역기구(WTO) 등 한계를 드러낸 기존 다자주의 국제기구의 개혁 및 한국과 같은 중견국과 개도국 세력(글로벌 사우스)이 촘촘한 소다자 협력을 통해 미ㆍ중 갈등에서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석학들은 니어재단 서베이를 통해 5대 글로벌 이슈에 대한 해법도 제시했는데, 한마디로 요약하면 ‘공생의 다자주의’다. 정 이사장도 서베이 결과에 대해,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완전히 분리하는 것에 응답자 대다수인 83%가 부정적”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석학들의 분석을 빌려, “세계의 무질서와 대국 간 경쟁이 장기전(long game)으로 치달을 것이며, 향후 10년이 새로운 국제질서 형성에 결정적 시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맞대응하는 보호주의 조치의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 비슷한 입장을 가진 국가들 사이에 상호호혜적 방식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흥미로운 건 일부 우려와 달리, 글로벌 석학들은 러시아ㆍ중국ㆍ북한ㆍ이란 등 권위주의 체제의 단결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는 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실용주의와 러시아의 군사력 사용 성향은 대조적이며, 북ㆍ중 관계도 감성적인 게 아니라 거래적이다. 중ㆍ러 양자 체제와 권위주의 공동체가 세계 규칙을 재편성할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따라서 민주주의 세계는 러시아, 북한과 연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중국과 계속 무역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정 이사장은 이번 보고서와 관련, 우리 안보당국과 국민 시각을 한반도에서 벗어나 세계로 넓히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동아시아 변방국에서 세계 주류국가로 발돋움 중인 만큼, 대한민국이 한반도를 벗어나 세계의 핵심 문제를 함께 연구하는 파트너로서 응분의 노력과 비용 분담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제교류재단과 니어재단이 공동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6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서베이에 직접 참가한 해외 석학들이 직접 나서는 국제 학술 콘퍼런스 방식으로도 진행된다. 콘퍼런스에는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명예회장이 특별 연설자로 나서고, 이보 달더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 회장과 박진 외교부 장관,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 등 국내외 최고 석학들이 축하 연사와 코멘테이너 등으로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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