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몸살, 굴 천국]
해수부, 관련법 통해 재활용 지원
통영시에도 굴 껍데기 활용 문의
“건축 기자재나 유리, 시멘트 제조에 굴 껍데기를 활용해 보고 싶다는 문의가 여러 건 들어오고 있다.”(정용수 통영시 어업진흥과장)
정부가 수산부산물 재활용 정책 마련에 나서면서 현장에서도 다양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앞서 해양수산부는 수산부산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2021년)한 데 이어, 이듬해 제1차 수산부산물 재활용 기본계획도 내놨다. 그간 산업폐기물로 분류돼 재활용률이 저조했던 수산부산물을 ‘순환 자원’으로 보고, 2027년까지 재활용률을 30%(2020년 기준 19.5%)까지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수산부산물은 수산물 포획부터 가공‧판매 과정에서 나오는 뼈‧내장‧껍데기 등으로, 해수부는 수산부산물 재활용 산업 육성에 1,000억 원을 투자한다.

23일 경남 통영의 한 굴 작업장 인근에 파쇄된 굴 껍데기가 처리되지 못한 채 쌓여 있다. 통영=변태섭 기자
해외에선 이미 부산물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은 2001년 ‘식품 순환 자원의 재생이용 등의 촉진에 관한 법률’을 통해 부산물 재활용을 장려하고 있다. 굴 껍데기를 플라스틱이나 식품첨가제, 아스팔트 포장재 제조에 활용하는 방식도 개발했다.
어업관리법에 따라 ‘수산폐기물 제로(0)’를 목표로 내건 아이슬란드에선 수산부산물이 다양한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변신하고 있다. 생선 껍질에서 추출한 콜라겐이 들어 있는 탄산음료까지 나왔다. 대부분의 국가에선 생선 껍질을 그대로 버리지만, 가죽으로 가공한 생선 껍질은 ㎏당 약 8달러, 콜라겐으로 가공하면 ㎏당 약 18달러까지 가치가 상승한다.

수산부산물 재활용률. 그래픽 신동준기자
정 과장은 “한국도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굴 껍데기 등 수산부산물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연세대 연구팀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산화칼슘으로 굴 껍데기를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스타트업인 토이즈앤은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를 만들었다.
다만 관련 정책이 이제 첫발을 뗀 만큼 현장에선 여러 보완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3일 통영에서 열린 ‘수산부산물 재활용 활성화 워크숍’에 참석한 지산산업 관계자는 “현재 재활용업체는 운반비 명목으로 톤당 3만 원, 해양투기업체는 톤당 6만 원을 보조받는다”며 “재활용 촉진이 법의 목표인 만큼 재활용을 뒷받침할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산부산물 처리 기한을 120일로 제한한 것도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윤웅 한국수산부산물자원화협회장은 “굴 작업장에서 재활용업체로 들어온 굴 껍데기에 포함된 수분‧염분 비율이 각 35%, 2.5%”라며 “비교적 가공이 쉬운 비료로 만들려고 해도 수분 10%, 염분 2% 이하의 기준을 맞춰야 하는데, 4개월 안에 이렇게 낮추긴 어렵다”고 말했다. 재활용 촉진을 위한 법이 오히려 재활용 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얘기다.
문정환 한국해양정책학회 해양수산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수산부산물 재활용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수산부산물법 적용 범위가 굴‧바지락‧전복‧키조개‧홍합‧꼬막 등 패류(조개류) 6종으로 제한된 만큼 향후 범위를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미숙 해수부 양식산업과장은 “전체 수산부산물 재활용 생태계가 잘 조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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