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으로 신고당하자
주위에 "여군 조심하세요"
공군 성폭력 피해 사망 사건의 피해자인 고(故) 이예람 중사 1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해 5월 20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돼 있다. 뉴스1
"선배님들, 여군을 조심하세요."
고(故) 이예람 중사의 성추행 사건 가해자가 범행 후 이 중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2차 가해성 발언을 한 혐의로 1·2심에서 연거푸 실형을 선고받았다. 성추행 혐의로 이미 징역 7년을 확정받은 것과는 별개로 선고된 실형 판결이다.
23일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서승렬 안승훈 최문수)는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이 중사의 전직 선임 부사관 장모(26)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장씨의 명예훼손 범행으로 너무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았고, 피해자 역시 간접적으로 정신적 고통을 많이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장씨는 2021년 3월 이 중사를 강제추행한 뒤 신고당하자, 공군 제20전투비행단 동료들에게 왜곡된 주장을 하며 이 중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그는 "일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이 중사가) 신고했다" "선배님들도 여군 조심하세요" "내 행동을 받아줘 놓고 신고한 것"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사는 성추행 신고 후 군대 내의 회유·압박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고, 장씨는 강제추행 혐의로 지난해 9월 징역 7년을 확정받아 복역 중이다.
장씨는 그간 "사석에서 했던 자기 변명을 명예훼손으로 몰고 가 억울하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그는 2심에서도 발언이 공개적으로 전파되지 않아 명예훼손죄를 물을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서 발언한 것은 사실이나 폐쇄적인 군대 특성상 전파 가능성이 높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발언을 들은 상대방이 장씨의 편향된 발언을 듣고 탄원서를 작성하거나 합의를 종용했는데, 일부는 사건 내용을 알았다면 탄원서를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며 "별 것 아닌 것을 성범죄로 신고했다는 취지의 소문이 확산했고 피해자도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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