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기자협회 2023 포럼W 주최
'다양성과 평등한 기회: 노르웨이의 경험' 주제로
"노르웨이는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로 굉장히 많은 혜택을 보는데, 석유나 가스의 매출로 인한 국가 경제 측면의 기여보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훨씬 더 많은 수익을 창출했습니다."
사단법인 한국여성기자협회(회장 김경희) 주최로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다양성과 평등한 기회: 노르웨이의 경험'을 주제로 열린 포럼W에서 안나 카리 한센 오빈 주한 노르웨이대사는 줄곧 '여성의 사회 참여'를 강조했다. "모든 인구가 함께 일을 하며 세금을 내는 것이 특정한 분야가 창출해내는 국내총생산(GDP)보다 훨씬 더 가치 있습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클로디아 골딘도 남여 구분하지 않고 다 같이 일을 하는 것의 가치를 강조했죠."
'성평등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노르웨이는 15~64세 여성의 75%가 노동시장에 참여해 유럽에서 일하는 여성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다. 여성 임금은 정규직 기준으로 남성의 90%까지 올라갔다. 오빈 대사는 노르웨이가 높은 수준의 성평등을 이루게 된 열쇳말로 평등한 무상 교육과 건강보험, 그리고 사회 규범 변화를 꼽았다.
물론 노르웨이도 처음부터 성평등에 근접한 국가였던 것은 아니다. 1978년 처음 성평등 관련 법안이 의제화되면서 논의의 발을 뗐다. 그중 하나가 부모라면 누구나 49주 동안 유급으로 갈 수 있는 육아휴직이다. 특히 전체 기간 3분의 1에 해당하는 15주의 휴직 기간을 아버지에게만 할당하여 사용하도록 하는데, 2020년에는 90% 이상이 아버지가 된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오빈 대사는 "노르웨이는 직장과 사회 전반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당연히 아버지가 육아휴직을 써야 하는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것은 아버지로서의 당연한 권리이고 이 인센티브가 사회에 왜 존재하는지 (사회 구성원이) 인식하고 있기에 사용하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고 설명했다.
또한 2003년에 도입한 '이사회 여성 할당제'도 중요한 정책 변화로 꼽았다. 노르웨이는 세계 최초로 공기업 이사회에 여성 비율을 40% 이상으로 의무화하는 법안을 채택했는데, 2024년부터는 이를 민간기업으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그는 "도입 당시 세계적으로도, 노르웨이에서도 회의적인 분위기가 있었으나 이 제도를 제안한 남성 교역산업부 장관이 이사회에 대한 다양성 적용이 기업의 자산이 되고 사회 전반에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 강조했다"며 "2008년 모든 공기업에서 목표를 달성했고, 현재도 계속 확대 중"이라 덧붙였다.
한국의 성평등과 관련하여 오빈 대사는 "문화나 사람들의 인식, 태도를 바꾸는 데에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노르웨이는 규제나 인센티브를 노르웨이 환경에 맞게 제공해 왔다"고 설명했다. 각 나라마다 서있는 출발점이 다르기에, 상황에 맞춰 적절한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성평등에 대한 투자는 매일 이뤄져야 하고 계속해 나가야 하는 것"이라며 "이는 한 국가의 가능성을 완전히 다 열어줄 수 있는 것으로, 여성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남녀 모두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지난 9월 부임한 오빈 대사는 베르겐에 있는 노르웨이 경영경제학교에서 경제·경영행정 석사 학위와 벨기에의 유럽대에서 유럽 통합 경제학 석사를, 영국 런던정경대에서 해상이용법과 경제 및 정책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경력의 대부분을 외교부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노르웨이 대표단에서 근무한 안보 정책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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