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저택서 회동… 경선 중 편향 행보
예산안 처리 과정서 좁아진 입지 회복 의도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이 소속 정당인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깜짝 회동했다. 당내 극우 강경파와 불편한 사이가 되자,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레이스에서 압도적 독주 체제를 굳힌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찾아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존슨, ‘트럼프 공개 지지’ 직후 깜짝 방문
2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존슨 의장은 전날 같은 당 동료 의원의 모금 행사 참석을 위해 플로리다주(州)를 찾았다가 저녁 무렵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러라고 리조트 내 저택을 방문했다. 존슨 의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만난 건 지난달 25일 새 하원의장에 선출된 이후 약 한 달 만에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동은 존슨 의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선언한 직후 성사됐다. 그는 14일 미국 CNBC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후보가 될 것이며, 우리는 바이든 대통령을 단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역대 미국 대선 때 의회 지도부는 경선 종료 전까지 소속당 내 특정 후보 지지를 자제해 온 관행을 감안할 때 이례적인 행보였다.
존슨 의장의 ‘과감한 편향’은 대표적인 친(親)트럼프 인사로 분류되는 그의 성향 때문이긴 하지만, 최근 좁아진 입지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원의장 선출 국면에서 공화당 강경파 지지를 받았던 그는 당초 정치 경력이 짧은 데다, 지도부 경험도 없어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하원의장 공백 사태 장기화에 부담을 느낀 당내 주류 온건보수파의 양보 덕에 신임 의장직을 꿰찼다. 원래 당내 기반이 탄탄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런 터에 지난주 임시 예산안 만기가 돌아왔고, 연방정부 ‘셧다운’(업무 일시 중단)을 막기 위해 자신이 고안한 2단계 임시 예산안(법안 개별 협상 유도를 위해 연방 기관 예산 소진 시기를 차등화)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민주당과 손을 잡았다. 지출이 충분히 삭감되지 않았다며 반발한 강경파와의 불화가 불가피했다. 설상가상 2015년 7월 ‘트럼프는 부도덕하고 대통령직에도 부적합하다’는 취지로 쓴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 글이 지난주 언론 보도로 새삼 조명되면서 곤혹스러운 처지에도 내몰렸다. NYT는 “존슨의 (트럼프 방문) 결정은 트럼프가 자기를 공격하고 극우파를 편들도록 놔둘 여유가 지금 그에게 없다는 신호”라고 짚었다.
“건강 탁월” 진단서, 트럼프의 꼼수?
탄탄한 당내 영향력을 토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년 11월 대선에서 재대결이 유력한 조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하기에 바쁘다. 트럼프 캠프 대변인 스티븐 청은 바이든 대통령의 81세 생일인 20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신체 상태는 정상이고 인지력 등 정신건강은 탁월하다”는 내용이 포함된 트럼프 전 대통령 건강진단 결과서를 올렸다. ‘고령 논란’에 휩싸인 바이든 대통령과 대조하려는 의도가 선명했다. 그러나 21일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 칭찬만 담겼을 뿐, 구체적 정보가 없는 1쪽짜리 진단서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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