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ⅹ126%' 시장가격 굳어져
내년 빌라 공시가 하락 가능성 높아
"하락 땐 전셋값 내려 역전세 우려"
정부의 공시가격 시세반영률(현실화율) 동결 방침에 빌라 집주인이 울상이다. 올해 공시가가 역대 최대 하락한 데 이어 내년에도 추가로 내려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공시가가 내려가면 그만큼 보유세 부담이 줄어 대부분 반기지만 전세 내놓은 빌라 집주인은 반대다.
세금 매기는 공시가=시장가격
원래 정부가 산정하는 부동산 공시가격은 재산세, 건강보험료 등 각종 부담금을 매기는 기준으로 쓰인다. 공시가가 내려가면 자연히 세금도 내려가는 구조다. 그런데 빌라 전세시장에선 공시가가 다른 용도로 쓰인다. 정부가 지난해 빌라 대상 전세사기를 근절한다며 새 제도를 도입한 여파다. 빌라 시세를 계산할 때 일부 예외 사항을 제외하고는 무조건 '공시가 140%'를 사용하도록 하고,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대상을 기존 전세가율 100%에서 90%로 낮춘 게 골자다.
아파트와 달리 빌라는 정부의 전세보증이 절대적이라 보증 대상에서 제외되면 세입자를 들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빌라 시세 계산 때 공시가를 1순위로 활용하도록 제도를 바꾼 탓에 현재 빌라 전세시장에선 전세보증 기준인 '공시가ⅹ126%'가 시장 가격으로 굳어졌다. 결국 공시가가 내려가면 집주인 입장에선 전세보증선에 맞추기 위해 인위적으로 전셋값을 낮춰야 한다는 얘기다.
"내년 빌라 역전세 폭발할 수도"
22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중개업소엔 전용면적 46㎡ 빌라가 전세 2억1,400만 원에 올라왔다. 공시가(1억7,000만 원)ⅹ126%에 딱 맞춘 가격이다. 지난해만 해도 전세보증 기준이 공시가(1억7,900만 원)ⅹ150%여서 2억6,800만 원까지 전세보증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1년 만에 인위적으로 전셋값을 20%(5,400만 원)나 깎아야 해 자연히 역전세 상황에 놓였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전세 놓은 대부분의 빌라 집주인은 기존보다 보증금이 줄어든 역전세 처지로 보면 된다"고 했다. 실제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조사한 결과 올 3분기(7~9월) 서울·수도권 빌라의 역전세 비율은 55%로 조사됐다.
공시가는 한국부동산원이 개별로 책정한 시세에다 시세반영률(2024년 동결)을 곱해 산출한다. 올해 1~10월 전국 빌라 매매가격지수는 2%(서울 -2.1%) 하락했다. 올해 빌라 거래가 급감했고, 전셋값(전국 -2.3%)도 내려간 점을 고려할 때 올해 빌라 시세는 마이너스(-) 변동률로 매겨져 내년도 빌라 공시가격 역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은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 최대 하락(-18.6%)에 이어 내년 공시가격이 추가로 내리면 빌라 역전세 문제가 상당히 심각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빌라 전세가격은 지난해 8월 정점을 찍고 그 해 말까지 횡보하는 흐름을 보였다. 2022년 전세 계약한 물건이 내년부터 재계약 대상이 되는데, 2년(2023·2024년) 치 공시가 하락을 반영하면 집주인은 전셋값을 상당히 낮춰야 한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본보 통화에서 "내년 빌라 역전세 문제는 그야말로 폭발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역전세 집주인을 위한 정부의 반환보증대출 역시 최우선변제금을 제외하고 대출을 내주는 구조라 빌라 집주인에겐 무용지물에 가깝다"며 "정부에 대책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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