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대행?이사회 내부 충돌
재단 조례 개정안 갈등 심화
조례 발의 후 논란 확산 전망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임명 방식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제주도가 4·3평화재단(이하 재단) 이사장과 선임직 이사를 도지사가 임명하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에 반발해 이사장이 사퇴한데 이어 이사장 직무대행까지 재단 이사회와의 충돌로 자리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논란의 불씨가 된 개정조례안 발의가 조만가 이뤄질 것으로 보여 갈등 봉합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논란은 제주도가 ‘재단법인 제주4·3평화재단 설립 및 출연 등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 개정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조례 개정안은 현재 비상근 이사장을 상근으로 전환하고 이사회를 개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사장과 선임직 이사는 공개 모집하고,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통해 도지사가 임명하는 방식이다. 반면 현재 재단 이사장과 이사는 이사회가 자체적으로 추천하고 최종적으로 제주지사가 승인하는 방식이다.
이에 고희범 전 재단 이사장은 해당 조례 개정에 반대하는 뜻에서 임기 두달 여를 남긴 지난달 31일 이사장직에서 사퇴했다. 고 전 이사장은 사퇴 당시 “4·3의 정치화라는 불행하고 부끄러운 결과가 명약관화하고, 4·3 정신을 뿌리부터 뒤흔들 조례 개정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도는 고 전 이사장의 주장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히고, 조직 운영의 투명성 등을 위해 조례 개정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이같은 도와 재단의 갈등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나섰던 오임종 전 이사장 직무대행도 19일 만에 재단 내 내홍으로 전격 사퇴하면서 갈등 봉합은커녕 논란만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오 전 직무대행은 지난 21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부 이사진이 이사장 직무대행은 얼굴 마담이니 가만히 있으라며 작당하고, 이사장을 무력화했다”며 “저의 능력이 모자라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직을 내려놓았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4·3 영령 팔이, 유족들을 들러리나 세우는 재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재단 이사회는 앞선 20일 제131차 긴급 이사회를 열어 4‧3평화재단 조례개정안 입법예고와 관련, 이의 철회 등을 요구한 이사회 의결사항을 재확인했다. 또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했다. 재단 이사회는 입장문을 통해 “도가 재단 조례 개정안을 철회한다면 재단 운영의 발전적 방안과 관련해 필요한 조치를 도와 도민사회 등과 적극 논의하겠다”며 “그러나 도가 개정안 처리를 강행한다면 이사회는 중대한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도는 이번 조례 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인 22일까지 접수된 의견을 수렴한 후 제주도의회에 조례 개정안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도내 4·3단체와 도의회 내부에서도 조례 개정 추진에 찬반 입장이 갈리면서 개정안 처리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조례안이 발의되면 도의회 심의 과정에서 갈등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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