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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와 함께" 트럼프가 불안하다

입력
2023.11.23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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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2019년 3월 도널드 트럼프(왼쪽) 당시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골란 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는 포고문에 서명한 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 워싱턴DC=로이터 연합뉴스

2019년 3월 도널드 트럼프(왼쪽) 당시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골란 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는 포고문에 서명한 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 워싱턴DC=로이터 연합뉴스

"나보다 이스라엘을 위해 일을 많이 한 (미국) 대통령은 없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자신의 엑스(X) 계정에 이렇게 썼다. 맞는 말이다. 그는 재임 시절 예루살렘에 대한 이스라엘의 일방적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는 국제사회 반대에도 2017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했다. 이듬해 텔아비브에 있던 미 대사관도 예루살렘으로 옮겼다. 2019년엔 이스라엘이 시리아와 접하고 있는 국경 지역의 골란 고원까지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해줬다. 이스라엘 입장에선 '숙원'을 해결해준 존재가 트럼프다.

당시 이런 결정들의 막후엔 트럼프 최측근인 '유대인 3인방'이 있었다.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당시 백악관 선임 고문과 제이슨 그린블랫 백악관 국제협상 특별 대표, 데이비드 프리드먼 주 이스라엘 대사가 그 주인공들이다. 맏사위 쿠슈너를 비롯해 트럼프의 변호사 출신인 그린블랫과 프리드먼 모두 '뼛속까지' 유대인이다. 트럼프 장녀 이방카는 쿠슈너와 결혼 전 기독교에서 유대교로 개종까지 했다. 트럼프의 노골적인 친(親)이스라엘 행보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그랬던 트럼프가 내년 백악관 복귀를 노린다.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 레이스에서 독주 체제를 굳혔고, 재대결 가능성이 높은 조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을 크게 앞서고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한창이다. 22일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전쟁 46일 만에 '일시 휴전'에 합의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쟁을 완전히 멈추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를 한 번 경험해봤고 그의 이력을 알기에 불안하다. 2018년 5월 미 대사관 이전 기념 개관식이 열린 예루살렘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던 팔레스타인 시위대 61명이 이스라엘군의 실탄 사격에 사망했을 때도, 당시 트위터에 "이스라엘의 엄청난 날, 위대한 날. 축하를!"이란 글을 올렸던 사람이 트럼프다.

트럼프는 바이든과 '결' 자체가 다르다. 바이든은 여전히 이스라엘을 감싸고돌지만 그나마 국제 여론을 의식해 인도주의적 균형 감각을 찾으려는 '척'이라도 한다. 외신들이 보기에도 트럼프는 중동의 여전한 시한폭탄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대놓고 지적한다. "트럼프는 중동의 극심한 갈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저 없이 이스라엘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내년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이다." 이보다 최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얽혀 있는 중동 정세를 테이블 위에 두고 트럼프는 못할 짓이 없다는 걸 아는 거다.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역사학자 라시드 할리디의 표현을 빌리면 트럼프 정권은 "이스라엘의 변호사를 그만두고, 아예 대변인 노릇"을 했다. "수십 년에 걸친 미국의 정책을 뒤집고 각종 국제적 합의와 세계 여론, (어쩌면 가장 중요한)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걷어찬 집단"이다. 트럼프의 컴백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 가뜩이나 위태로운 국면을 또 다른 위험으로 몰고갈 수 있다. 지난달 자신의 트루스 소셜 계정에서 그 힌트를 똑똑히 줬다. "이스라엘 방위권의 기술과 결단력에 감명 받았다. 나는 이스라엘을 지지한다. 나는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별명)를 지지한다(#IStandWithBibi)."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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