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버킹엄궁을 찾은 21일(현지시간) 찰스 3세 국왕은 극진한 예우로 환대했다. 윌리엄 왕세자 부부가 직접 윤 대통령이 묵고 있는 런던의 호텔을 찾아 환영식장으로 안내했고, 윤 대통령은 환영식과 오찬이 열린 버킹엄궁까지 찰스 3세와 함께 영국 왕실의 ‘황금마차’를 타고 이동했다.
국빈 방문의 시작은 영국 왕실의 공식 환영식이었다. 행사 장소인 호스가즈(Horse Guards) 광장으로 이동하기에 앞서 윌리엄 왕세자와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비가 직접 윤 대통령 부부가 묵고 있는 시내 호텔로 찾아가 영접했다.
윌리엄 왕세자와 영국을 대표하는 명품 차량 제조사인 벤틀리의 의전차량을 타고 호스가즈 광장으로 이동한 윤 대통령은 미리 기다리고 있던 찰스 3세, 커밀라 왕비와 인사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찰스 3세의 안내를 받으며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왕실 가족들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윤 대통령은 검은색, 김건희 여사는 회색 정장 차림이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찰스 3세와 함께 영국 왕실 근위대를 사열했다. 사열이 시작되자 애국가와 아리랑이 연이어 연주됐고, 예포 41발이 발사됐다. 통상 국가원수가 방문했을 때 예포 21발을 발사해 경의를 표시하지만, 윤 대통령의 경우 국빈 방문이기 때문에 이보다 더 큰 예우를 하는 차원에서 영국 왕실은 20발을 더 발사했다.
사열이 끝난 뒤 윤 대통령은 찰스 3세와 단둘이 황금색 왕실마차를 타고 국빈 오찬이 진행되는 버킹엄궁으로 향했다. 윤 대통령이 탄 왕실마차는 ‘아일랜드 마차’(Irish State Coach)로 왕실 대관식과 같은 행사에서만 사용하고 있다.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국 왕실 초청으로 국빈 방문했을 당시 탔던 마차(호주 마차·Australian State Coach)와도 달랐다. 윤 대통령은 찰스 3세에게 성대한 국빈 일정을 마련해준 데 대해 감사를 표했고, 찰스 3세는 "그동안 양국 협력의 깊이와 범위가 크게 발전해 왔다"며 "이번 국빈 방문이 앞으로의 한영관계 발전에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호스가즈 광장에서 버킹엄궁으로 이어지는 1.6㎞ 거리인 ‘더 몰’을 따라 윤 대통령이 탄 마차를 포함해 7개의 마차가 줄지어 이동했다. 윤 대통령과 찰스 3세가 탄 마차에 이어 김 여사가 커밀라 왕비와 두 번째 마차를 탔다. 오찬이 열린 버킹엄궁은 영국 군주의 거처이자 집무실이 위치한 곳이다. 통상 영국 왕실의 대명사로 통한다.
버킹엄궁에서 진행된 오찬엔 윤 대통령 부부, 국왕 내외, 왕실 인사 등 총 5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한영 양국 우호 관계의 가장 굳건한 토대는 두 나라가 피를 함께 흘리며 싸운 혈맹"이라며 영국 장병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또 최근 찰스 3세가 런던 한인타운인 뉴몰든 지역을 방문해 한인 동포사회에 각별한 관심을 둔 데 대해서도 고마움을 전했다.
윤 대통령과 찰스 3세는 오찬 이후 훈장과 선물을 교환했다. 이어 버킹엄궁 픽처 갤러리에 전시된 한국 관련 소장품들을 함께 관람했다. 픽처 갤러리에는 고종이 빅토리아 여왕에게 보낸 편지와 휴대용 화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방한 당시 선물 받은 청자꽃병과 안동 하회탈, 조지 6세가 윈스턴 처칠 경에게 보낸 편지, 광화문 관련 소장품이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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