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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외국 출장을 나간 행안부장관

입력
2023.11.22 09: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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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방 행정 전산 서비스 장애 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방 행정 전산 서비스 장애 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1일 영국으로 떠났다. 전국 공공기관 민원 서비스를 사흘간 마비시켰던 행정전산망이 정상화된 지 하루 만에 나가는 해외출장이다. 이 장관은 미리 예정돼 있던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에 동행한다.

영국에서 중요한 일정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22일 한·영 양국은 ‘디지털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영국 내각 장관이 이 장관에게 공식 초청장을 보내 먼저 MOU를 제안했다고 한다. 행안부는 “양국 간 디지털 전문인력 교류를 포함해 상당히 의미 있는 협력 방안이 두루 담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한국과 영국은 세계적으로 ‘디지털정부화’를 선도하는 쌍두마차다. 두 나라가 주도해 2014년 창설된 디지털정부 협의체 ‘D5’는 2019년 10개국이 참여하는 ‘디지털네이션스’로 확대돼 국제적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유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가 평가하는 디지털정부 순위에서도 양국은 매년 최상위권을 다툰다. 2019년 OECD 평가에선 한국이 1위, 영국이 2위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한국이 한발 앞선다. 지난해 한국은 유엔이 발표한 ‘디지털정부 발전 지수’에서 종합 3위에 올랐지만, 영국은 10위 안에 들지 못했다. 영국 행정기관들이 정부 디지털화를 주도하는 디지털정부청(GDS)을 극도로 견제한 데다, 모바일로만 인터넷을 사용하는 인구가 많은데도 디지털 공공 서비스가 충분한 편의를 제공하지 못한 탓이다. 그래서 양국 장관이 서명하는 MOU는 한때 디지털 혁신의 모범이었던 영국에 한국이 한 수 가르쳐준다는 의미까지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의미를 다 받아들인다 해도, 이 장관의 해외출장은 뭔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주민등록등본 한 장 발급하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행정 먹통 사태’로 나라가 발칵 뒤집힌 게 불과 나흘 전(17일)이다. 그사이 국민들은 각종 계약을 미루거나 화장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고, 정부는 며칠 동안 전산망 장애의 이유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이 장관 스스로도 한국 정부의 선진적인 디지털 인프라를 홍보하러 미국과 포르투갈에 출장을 갔다가, 중간에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급히 귀국하느라 체면을 구겨야 했다.

행안부는 “출장 취소도 검토했으나 영국 정부의 이례적 초청을 거절하는 게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 판단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아직 행정전산망이 100% 안정화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시점에서, 주무 장관이 자리를 비우면서까지 ‘디지털정부 세일즈’에 나서는 모습은 여전히 씁쓸하다. 영국에 한 수 알려주려고 갔다가 도리어 한 수 배우고 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원인을 모르면 재발을 막을 수 없고, 대책도 세울 수 없다. 재난에선 실시간 대응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수습이다. 재난 수습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컨트롤타워다. 특히 공무원 조직에서 사령탑이 없으면, 대응은 늦어지거나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돌이켜 보면, 이 장관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심판까지 거치면서 '재난 컨트롤타워'의 중요성을 몸소 실감한 사람이 아닌가.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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