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전산망 개발·운영 따로, 모니터링 따로… "지도 없이 미로에서 헤매는 격"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전산망 개발·운영 따로, 모니터링 따로… "지도 없이 미로에서 헤매는 격"

입력
2023.11.23 04:30
0 0

개발과 운영은 민간, 정부 모니터링만
민간보다 낮은 보수에 우수 인재 부족
1400개 시스템 통합 필요성도 제기돼

마비됐던 행정전산망이 사흘 만에 복구된 20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서 관계자가 민원서류 정상 발급 재개를 알리는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사태 발발 6일이 지나도록 장애를 일으킨 근본 원인을 찾지 못하면서 22일 낮 행안부 주민등록시스템이 일시적으로 지연되는 등의 장애가 또 발생했다. 하상윤 기자

마비됐던 행정전산망이 사흘 만에 복구된 20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서 관계자가 민원서류 정상 발급 재개를 알리는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사태 발발 6일이 지나도록 장애를 일으킨 근본 원인을 찾지 못하면서 22일 낮 행안부 주민등록시스템이 일시적으로 지연되는 등의 장애가 또 발생했다. 하상윤 기자

최근 먹통 사태를 겪었다가 복구된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시스템이 22일 낮에 또 멈췄다가 20분 만에 재개됐다. 과부하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정부 해명에도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연이은 행정망 오류 등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전산 시스템 개발ㆍ운영을 외부에 위탁하고, 안에선 시스템을 ‘모니터링(관리)’만 하는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결 능력 없는 우리 정부

국내 정부 기관은 전산 시스템 개발 및 운영을 대부분 민간 기업에 아웃소싱(외부 위탁)하고 있다. 52개 부처 약 1,400개 시스템이 모인 행안부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는 서버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각 부처는 시스템에 대해 모니터링만 한다.

전산 시스템 개발ㆍ운영의 아웃소싱은 외국 정부들도 쓰는 방식이긴 하다. 김용대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에 따르면 미 국방부(펜타곤) 등도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외부 업체의 시스템 인프라 클라우드 서비스(IASS)를 통해 각종 시스템을 운용한다. 그러나 펜타곤에는 시스템에 직접 들어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포진하고 있는 게 큰 차이다. 김 교수는 “일이 터지면 신속하게 개입해 디버깅(복구분석)할 수 있는 역량이 우리 정부에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 IT인력 '양적 성장만'

정부도 전산 인력의 중요성을 모르고 있지 않다. 지난해 5급 322명 공채 당시 전산직 12명을 선발한 인사혁신처는 올해는 채용 규모(305명) 축소에도 전산직 인원을 16명으로 4명 더 늘렸다. 인사처 관계자는 “경력직 채용도 2021년까지 한 자릿수 선발에서 작년엔 23명을 뽑았다”고 말했다. 행안부가 8월 조직개편 당시 디지털정부국(2급)을 ‘실(1급)’로 격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행안부 직원 3,700여 명 중 10%가 넘는 430명이 전산 직종이다.

그러나 업무와 무관하게 처우는 일반 공무원 임금 체계를 따르기 때문에 민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기 힘든 현실이다. 김 교수는 “한국은 같은 정보통신(IT) 전문가여도 민간이냐 공직이냐에 따라 급여 차이가 매우 크다”며 “공무원들에게 애국심만으로 일하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일반 공무원과 다른 급여 체계를 적용해서라도 고급 인력을 정부에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데이터 설계 재편 필요

원천적으로 정부의 데이터 설계(데이터 맵) 재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데이터 맵은 정부가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의 위치 정보를 담은 일종의 지도다.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1,400개의 시스템이 개별적으로 중구난방 개발되니 저장된 데이터가 체계적이지 않고, 정부 서버에 중복 저장돼 있다”며 “각기 저장된 정보가 충돌하며 장애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낮에 주민등록시스템이 일시 중단되고 먹통 사태 발생 6일이 지나도록 정확한 장애 원인을 못 찾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 교수는 “장애를 일으킨 지점을 찾아야 하는데 지도가 없으니 정부는 미로 속에서 헤매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1,400개 시스템을 통합한 데이터 맵을 갖는다면 문제 발생 시 수초 내 오류 지점을 발견하고, 유지 관리비를 줄이는 게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 행정전산망의 주민등록시스템은 이날 오전 11시 45분쯤 마비돼 서울 일부 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발급 업무가 20분간 지연됐다가 복구됐다. 점심시간에 서류를 발급받으려는 직장인이 몰리면서 생긴 일시 과부하 문제로 앞서 지방행정전산시스템 장애와는 별개라는 게 행안부 설명이다. 주민등록시스템 외 정부 온라인 민원서비스인 ‘정부24’나 민원 현장의 무인발급기는 정상 가동됐다고 행안부는 전했다.

세종= 정민승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