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열흘 앞두고 교통사고로 뇌사
운전자 실수로 가속페달 밟아 참변
지난달 4명에게 장기기증 후 떠나
"얼마 전에 방을 정리하다 보니까 너무너무 많은 편지들이 나온 거예요. 왜 그런 표현을 썼는지 모르겠는데 '우리 가족 아무 사고 없이 행복하게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자' 그 문구가 안 들어간 편지가 없는 거예요. 그걸 보니까 또 가슴이 미어지더라고요."
고(故) 박래영(26)씨의 어머니 이선숙씨는 한국장기기증조직원과의 인터뷰에서 한 달여 전 떠난 막내딸을 떠올리며 힘겹게 말했다. 지난 9월 18일 오전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선 딸은 초록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차에 치였다. 딸의 생일 열흘 전이었다. 운전자는 정차 중 차에 떨어진 서류를 줍다가 브레이크에서 발이 떨어졌고, 차가 앞으로 나가자 당황해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았다. 이 차에 치인 보행자 4명 중 3명은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다. 하지만 딸은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평소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걸 좋아했던 딸을 떠올리며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박씨는 지난달 13일 서울 고대구로병원에서 4명에게 각각 심장, 간장, 좌우 신장을 기증하고 숨을 거뒀다. 박씨의 언니 래옥씨는 "장례식이 끝나고 래영이가 일하던 가게 사장님한테 문자가 왔는데, (래영이가) 사장님한테 뜬금없이 '저 장기기증 하려고요'라고 말을 했었다고 한다"며 "(장기기증 결정을)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 안양시에서 1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난 박씨를 가족들은 '햇살 같은 아이'로 기억했다. 박씨는 평소 밝고, 따뜻하고, 활동적이었다. 어릴 때부터 손편지 쓰는 것을 좋아해 가족들에게도 편지를 자주 썼다. 가족들은 그가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쓴 편지를 모아 뒀다. 어머니 이씨는 "래영이는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모든 게 반짝반짝 빛나고 예쁜 아이였다"며 "(기증받은 분들도) 햇살처럼 반짝반짝 빛나게 좋은 일을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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