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가계신용 14.3조 급증
여행?여가 수요에 카드빚도 ↑
올해 3분기 가계 빚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고금리 환경 속에서도 집을 사려는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이 크게 불어난 결과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7~9월 가계신용 잔액은 2분기 말 대비 14조3,000억 원 증가한 1,875조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종전 최대치였던 지난해 3분기(1,871조1,000억 원) 잔액을 넘어선 것이다. 증가폭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빚투(빚내서 투자) 열기가 고조되던 2021년 4분기(17조4,000억 원) 이후 가장 컸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4조5,000억 원(0.2%) 늘었다.
가계신용은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신용카드 사용액 등 외상거래)의 합이다. 이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계대출, 특히 주담대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3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은 1,759조1,000억 원으로 전 분기 말 대비 11조7,000억 원 증가했다. 주담대 증가폭은 17조3,000억 원으로 2021년 3분기(20조9,000억 원) 이후 2년 만에 가장 크게 뛰었다. 주담대 잔액은 1,049조1,000억 원으로 가계대출 잔액과 나란히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3분기에도 주택 매매 관련 자금 수요가 늘면서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 모기지와 개별 주담대 증가폭이 커졌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실제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2분기 15만5,000호, 3분기 14만9,000호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는데, 시차를 두고 주담대 실행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5조5,000억 원 줄어 8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기관별로 보면 예금은행 취급 가계대출이 주담대 위주로 10조 원 늘어 2분기 연속 증가했다. 주택금융공사 등 공적 금융기관과 카드사 등을 포함한 기타금융기관 가계대출도 6조5,000억 원 증가했다. 상호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취급 가계대출은 4조8,000억 원 줄어 5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비중은 적지만 카드빚 등 판매신용 역시 가계신용 잔액 증가에 일조했다. 3분기 말 판매신용 잔액은 116조6,00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2조6,000억 원 늘면서 3분기 만에 증가 전환했다. 여행과 여가 수요로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신용카드 이용 규모가 확대된 영향이다.
가계대출 증가 흐름은 4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통계에 따르면 10월에도 은행권 가계대출은 주담대를 중심으로 전월 대비 6조8,000억 원 뛰는 등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다만 속도는 조절될 가능성이 있다. 서정석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최근 주담대 금리 상승에 따른 금리 부담으로 주택시장에 대한 관망세가 확산하고 있고,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정책의 효과도 시차를 두고 가시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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