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로 답답해 열었다" 주장
1심 법원, "정신과 진료도 받아야"
국토교통부 직원들이 지난 5월 26일 대구공항 상공에서 강제로 문을 개방해 파손된 아시아나 항공기를 살펴보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대구공항 상공에서 착륙 중이던 여객기 출입문을 열어 승객들을 공포에 떨게 한 30대에게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대구지법 형사5단독 정진우 부장판사는 21일 항공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32)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또 보호관찰을 받을 것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등을 명했다.
이씨는 5월 26일 낮 12시 37분쯤 승객 197명을 태우고 제주에서 출발해 대구로 향하던 아시아나 항공기가 대구공항에 착륙하기 전인 고도 224m에서 출입문을 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항공기가 시속 260㎞ 속도로 하강하던 중에 강제로 문을 열어 비상 탈출용 슬라이드가 떨어져 나가 항공기 훼손 혐의가 적용됐다. 여기에 탑승객 197명 중 23명이 병원진단서를 제출해 상해 혐의도 더해졌다. 당시 이씨의 난동으로 초등학생 등 9명이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착륙 후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씨는 경찰 조사 등에서 “항공기가 활주로에 완전히 착륙한 것으로 알고 (문을) 열었다. 답답해서 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비상문에 창문이 설치돼 있어 밖을 볼 수 있었던 점, 활주로를 주행하더라도 비상문을 개방해선 안 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씨를 재판에 넘겼고, 징역 6년을 구형했다.
재판 과정에서 이씨는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으나 범행을 저질렀을 때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호소했다. 실제 법원 정신감정 결과에서도 심신미약 상태로 나왔다.
정 부장판사는 “운행 중인 항공기 비상문을 열어 많은 승객을 위험에 빠트리게 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죄책이 매우 중하다”면서도 “다만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정신감정 결과 조현병 가능성이 있어 최소 5년간 정기 진료가 필요해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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