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첫 중대재해처벌법 선고
서울 도심 공사 현장에서 안전모를 쓰지 않고 일하던 노동자가 추락사한 사건에서, 안전 설비·장비를 제대로 구비하지 않은 건설사 대표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중대한 재해 발생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도록 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서울 지역 업체 대표에 대한 첫 유죄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이종민 판사는 21일 중대재해처벌법상 산업재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건설사 대표 이모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건설사 법인에도 벌금 5,000만 원 납부를 명령했다.
이씨가 운영하는 건설사 소속 근로자 A씨는 지난해 3월 서초구의 한 신축 건물 현장 지하 3층에서 페인트 작업을 하다가 지하 4층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사고 당시 그는 안전모와 안전대 걸이(추락방지 장치)를 착용하지 않은 채 근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회사는 사고 발생 전 고용노동청 등으로부터 안전난간 미설치 등을 수차례 지적 받았음에도 시정하지 않았다. 사고 발생 4개월 전 현장 안전관리자가 사직하자,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본사 직원을 명목상 안전관리자로 지정하기도 했다.
검찰은 해당 공사 금액 규모가 66억 원인 점을 고려해 이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서울 지역 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첫 중대재해처벌법 기소 사례였다. 현행법상 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이 50억 원 이상인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했다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재판부는 "사망이라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것 자체로 죄책이 무거운 데다, 사측은 과거에도 수십 차례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해 벌금형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고 질타했다. 다만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했고 △공사현장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는 등 재범을 다짐했으며 △피해 유족이 '합의했기 때문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서류를 법원에 제출한 점 등을 감안해 형량을 정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