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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앉아서 올트먼 품에 안은 MS...AI 개발 풀악셀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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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앉아서 올트먼 품에 안은 MS...AI 개발 풀악셀 밟나

입력
2023.11.21 09: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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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올트먼, CEO 복귀 안 한다" 발표
후임 CEO에 에밋 시어... 올트먼은 MS행

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픈AI의 첫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무대에 깜짝 등장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와 악수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픈AI의 첫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무대에 깜짝 등장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와 악수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오픈AI가 19일(현지시간)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였던 샘 올트먼과의 '완전한 결별'을 선언했다. 예고 없이 올트먼을 쫓아내 메가톤급 파장을 일으키고, 스스로도 일대 혼란에 휩싸인 지 이틀 만이다. 이사회의 해임 결정 직후부터 그의 복귀를 요구하는 투자자 등의 압박이 거세지자 올트먼 측과 원대 복귀를 전제로 협상에 나서면서 '복귀설'도 가시화했지만, 결국 모두 없던 일이 됐다. 회사는 새 CEO를 찾았고, 올트먼은 마이크로소프트(MS)에 합류하기로 했다. 챗GPT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쓴 지 1년 만에 그 주역들이 사실상 두 쪽으로 갈라지게 된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충격과 혼돈으로 빠트린 사흘간의 '오픈AI 올트먼 축출 사태' 이면엔 인공지능(AI) 발전을 둘러싼 철학의 대립이 자리 잡고 있다. AI 개발에 있어 '안전성'을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는 이사회와, '속도 및 수익'을 중시하는 올트먼의 가치 충돌이 빚어낸 일이라는 뜻이다. 특히 양측의 치열한 논의에도 끝내 갈라서기를 택한 건 앞으로도 AI 업계가 '안전이냐, 속도냐'를 두고 계속 대립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일종의 예고편이었다는 얘기다.

샘 올트먼이 1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픈AI 본사를 방문했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사진과 글. 올트먼은 "(방문자용) 출입증을 착용하는 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썼다. 올트먼 엑스 캡처

샘 올트먼이 1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픈AI 본사를 방문했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사진과 글. 올트먼은 "(방문자용) 출입증을 착용하는 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썼다. 올트먼 엑스 캡처


새 이사회 명단까지 돌았는데... 결국 무산된 복귀

19일 오후까지만 해도 올트먼의 오픈AI 복귀는 시간문제인 듯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오픈AI 이사회와 경영진은 올트먼 해고 이튿날인 18일부터 그를 복귀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애초 사임 의사가 전혀 없었기에 돌아가려는 뜻도 강했던 올트먼은 사실상 하나의 조건을 내걸었다. 자신을 축출한 이사회 구성의 변화였다.

올트먼은 이날 오전 오픈AI 본사 방문을 인증하는 사진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리면서 "(방문객용) 출입증 착용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썼다. 사진 속 밝은 표정은 복귀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는 신호로 읽혔다. 실제 이사회 교체도 논의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새 이사진으로 △고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부인 로렌 파월 잡스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CEO △셰릴 샌드버그 전 메타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모두 기술산업 이해도가 높거나, 올트먼과 가까운 인사들이다. 이사회가 이대로 꾸려지고 올트먼이 복귀하면 향후 오픈AI는 그가 완벽한 주도권을 쥔 채 이끌어갈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이날 밤 10시가 넘어 내려진 결론은 '올트먼 복귀 무산'이었다. 올트먼 해고를 주도한 일리야 수츠케버 이사는 직원들에게 "에밋 시어가 임시 CEO를 맡을 것"이라고 통보했다.

오픈AI 새 최고경영자(CEO)로 인선된 에밋 시어(왼쪽) 트위치 공동 창업자와 마이크로소프트에 합류하게 된 샘 올트먼 전 오픈AI CEO. AFP 연합뉴스

오픈AI 새 최고경영자(CEO)로 인선된 에밋 시어(왼쪽) 트위치 공동 창업자와 마이크로소프트에 합류하게 된 샘 올트먼 전 오픈AI CEO. AFP 연합뉴스


'AI 위협 공감' 새 CEO 찾은 오픈AI, MS 손잡은 올트먼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를 공동 창업한 시어는 AI 업계에선 거명된 적이 거의 없다. 그런 시어를 이사회가 CEO로 낙점한 데엔 그가 AI의 실존적 위협에 상당히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은 보도했다. 오픈AI 이사 6명 중 올트먼 축출에 가담한 수츠케버 등 4명은 AI의 위험성을 경계하는 '합리성과 효과적 이타주의 운동'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는 AI가 너무 강력해지면 인류를 멸망시킬 수도 있으므로, 위험 통제를 위해 일정 한도를 넘는 이익은 기부해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하는 운동이다. 시어도 이 운동과 연관돼 있고, 이것이 이사회 마음을 산 이유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반면 올트먼은 능력 있는 개발자들을 끌어모으고, 이들이 개발에 마음껏 매진할 환경을 만들어 주려면 이익 창출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신중함을 위해 개발 속도를 늦추면 더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 쪽이기도 하다. 신약 개발에 빗대면, 안전성 확인에 10년의 시간을 쏟는 것보다는 100% 안전을 담보할 순 없어도 당장 필요한 환자들에게 투약해 1명이라도 더 살리는 게 옳다고 보는 셈이다. 이사회와 올트먼이 끝내 동행을 거부한 건, 이처럼 상반된 가치의 간극을 좁히는 게 불가능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협상 결렬 후 오픈AI 1대 주주인 MS의 사티아 나델라 CEO는 "우리는 오픈AI의 새로운 리더십과 함께 일하길 기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사회 결정을 수용한다는 취지였다. 이어 "올트먼과 (오픈AI 공동 창업자) 그레그 브록먼이 동료들과 함께 MS에 합류하고, 신설되는 고급 AI 연구팀을 이끌게 된다는 소식을 공유하게 돼 기쁘다"고 깜짝 발표했다. 올트먼 진영이 오픈AI에서 나와 MS에 몸담기로 했다는 것이다.

MS는 애플이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믿는 구석은 AI다. 그런 MS가 AI 업계 최고 인재들을 품에 안았다. 이사회 견제를 벗어난 올트먼 진영과 MS가 AI 시장 장악을 목표로 '위태로운 속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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