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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수순의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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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수순의 묘

입력
2023.11.21 04:3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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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박정환 9단 백 박지현 5단
승자조 준결승 <4>

4보

4보


7도

7도


8도

8도

바둑에서 중반전은 게임의 판세가 크게 좌우되는 결정적 단계다. 초반 판짜기가 끝난 후 펼쳐지는 대규모 전투나 세세한 공방전엔 깊은 계산력과 전략적 유연성이 필수다. 중반전에 많은 이가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는 전략적 타협이다. 내가 30대 70으로 불리한 공간에서 40을 얻어낸다면 큰 이득을 취한 것이지만, 실제 대국에서는 많은 이가 매 순간 50 이상을 얻으려 무리하는 오류를 범한다. 그리고 이런 무리한 전투 구도는 판을 크게 그르치게 만든다. 모든 전투에서 이길 수는 없기에 불리한 공간에선 작은 손해를 감수하며 큰 그림을 위한 양보가 필요하다. 중반전의 핵심은 부분적인 힘의 강약을 파악해 자신의 지분을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며, 동시에 큰 틀에서의 리드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박지현 5단은 백1의 붙임을 통해 흑의 상변 세력을 견제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좋지 못한 판단. 흑10까지 우변이 관통당하자 판이 전체적으로 엷어졌다. 7도 백1, 3으로 가만히 끝내기를 하는 것이 최선. 좌하귀 백7, 9의 패를 노리는 편이 박정환 9단의 입장에선 굉장히 까다로운 변화였다. 실전 백15까지 상변 흑 세력을 지우는 데 성공했지만 흑16, 18로 우변을 파고들자 흑22까지 백의 영역도 함께 지워졌다. 백23은 우변을 가만히 연결하기 싫었던 백의 고심의 한 수. 백29가 성립한다고 여겨 두어진 수순이었으나 8도 백1로 연결할 경우 흑2에 먼저 찌르는 수가 수순의 묘였다. 백3의 단수에 흑4로 끊는 것이 양쪽 약점을 모두 지키는 좋은 수. 결국 흑10까지 하변 백 전체가 잡힌다. 실전 흑32로 백의 요석 한 점이 잡히자 형세가 크게 요동친다.

정두호 프로 4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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