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수민(비봉중3)이 12일 강원 춘천시 라비에벨 컨트리클럽 올드코스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최종전인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 운영본부 제공
여드름이 가득한 앳된 얼굴에 순박한 미소. 하지만 필드에 올라서면 냉혹한 승부사로 변신한다. 중학교 3학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호쾌한 장타와 평정심을 잃지 않는 날카로운 눈빛은 섬뜩함마저 들게 한다. 함께 플레이하는 프로 언니들도 떨게 만드는 아마추어 오수민(15·비봉중3)이다.
한국 골프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특급 유망주 오수민은 지난 12일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최종전인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에 추천 선수로 출전했다.
시즌 최종전인 만큼 다승왕을 놓고 치열한 우승 경쟁이 벌어졌고, 2024시즌 정규투어 시드권 확보를 위한 상금 순위 60위권 진입을 위한 순위권 다툼도 치열했다. 이들의 피 말리는 혈투 속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선수는 오수민이었다. 오수민은 프로 언니들 70여 명과 경쟁을 벌여 공동 14위를 기록했다.
올 시즌 KLPGA 투어에 6차례 출전한 오수민은 2차례 컷 탈락 했지만 교촌 1991 레이디스 오픈에서는 공동 9위로 톱10에 들었고, E1채리티 오픈에서는 공동 16위에 오르는 등 녹록지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그의 장기는 173㎝ 큰 키에서 나오는 장타다. 오수민은 지난 5월 열린 교촌 1991 레이디스 오픈 최종 라운드 15번홀(파5)에서 316.1야드(약 289m)에 달하는 엄청난 드라이버 거리를 과시했다. 비록 러프에 떨어졌으나 중학생 티샷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스윙이었다.
지금은 ‘장타 소녀’로 불리지만 사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오수민은 거리가 많이 나지 않는 ‘짤순이’였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는 키가 작아 또래에 비해 거리가 50m 정도 덜 나갔다”는 그는 “짤순이가 너무 싫어서 강하게 공을 치는 연습을 1년 동안 꾸준히 하고 키도 자라면서 중2 때부터 거리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오수민(비봉중3)이 11일 강원 춘천시 라비에벨 컨트리클럽 올드코스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최종전인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에서 아이언 샷을 하고 있다.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 운영본부 제공
프로 언니들마저도 부러워할 장타를 선보이는 오수민이지만 자신보다 더 멋져 보이는 장타 선수가 있다고 한다. 작은 체구에도 장타를 펑펑 터트리는 황유민(20·롯데)이다. 오수민은 “같이 경기를 한 프로 언니들이 모두 대단했지만 특히 유민이 언니가 가장 놀라웠다”면서 “2차례 같이 경기를 했는데 공격적인 스타일이 너무 멋있었다. 평소에도 유민이 언니를 좋아했는데 같이 경기를 하고 나서는 더 좋아졌다”고 미소를 보였다.
오수민은 내년 국가대표에 합류해 잠재력을 더 끌어올릴 기회를 잡았다. 그는 “국가대표를 했던 언니들이 프로에 와서도 너무 잘하고 있어 나 역시 태극마크를 달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열심히 하고 싶다”면서 “태극마크를 달고 여러 대회를 나갈 수 있지만 내년에 꼭 한국여자오픈에 출전해 베스트 아마추어상을 받고 싶다”고 밝혔다.
국내 무대가 아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먼저 도전하겠다는 오수민. 지난달 국내 유일 LPGA 투어 대회인 BMW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추천 선수로 출전한 이후 미국 무대 진출에 대한 간절함이 더해졌단다. 오수민은 “엄청난 장타와 함께 다양한 샷을 구사해 스코어를 줄여나가는 해외 선수들을 보면서 같이 경쟁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면서 “LPGA 퀄리파잉(Q) 시리즈에 도전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바로 도전을 할 생각이다”고 강조했다.
“골프가 재미있어서 채를 손에서 놓을 수 없다”는 오수민은 “겨울 동계 훈련 동안 어프로치와 쇼트 퍼트 등 아직 보완할 많은 부분을 더 다듬어서 내년에는 더 완성형에 가까운 선수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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