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두 아들을 남기고 전쟁터로 떠났던 6·25 전사자의 유해가 73년 만에 가족의 품에 안겼다. 군에 입대한 증손자가 유해발굴 사업을 알고 가족에게 유전자 시료 채취를 권유하면서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지난 2012년 강원 인제군에서 발굴한 6·25전쟁 전사자 유해의 신원을 국군 제5사단 소속 강윤식 일등중사로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고인의 유해는 박달고지 능선 일대 경사면에서 오른쪽 대퇴골이 수습됐다. 2021년 군에 입대한 증손자가 가족들의 유전자 시료 채취 동참을 권유하면서 확보한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와 고인 유해 유전자를 정밀 분석해 가족관계가 발굴 9년 만에 최종 확인됐다고 국유단은 설명했다.
고인은 1922년 9월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에서 태어났다. 1942년 부인과 결혼해 두 아들을 낳고 살다가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그해 9월 제주 제5훈련소로 자진 입대했다. 국군 제5사단에 배치된 고인은 영남지구 공비토벌, 횡성-포동리 전투, 태기산 전투를 거쳐 1951년 4월 7일부터 북한군 6사단·12사단과 벌인 인제지구 전투에 참전했다가 4월 27일 장렬히 전사했다.
유가족에게 신원확인 통지서와 귀환패, 유품 등을 전달하는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이날 경기 군포시 유가족 자택에서 열렸다. 고인의 손자 강철진씨는 “제 아들이 부대에서 복무할 때 시료 채취를 권장했는데 이렇게 유전자가 일치돼 신원을 확인할 수 있을지는 꿈에도 몰랐다”고 소회를 밝혔다. 고인의 며느리 김영자씨는 “시어머니께서 시아버지와 오랜 기간 함께 사시지 못했는데 지금이라도 제주도 선산에 묻혀계신 시어머니와 합장해서 꿈에 그리던 해후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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