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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약한 담관암 피하려면… 자연산 민물고기 날로 먹지 마세요

입력
2023.11.19 08: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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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국내 담관암 환자 사망률 ‘세계 1위’ 불명예

5년 상대 생존율이 29%에 불과한 담관암에 노출되지 않으려면 자연산 송어 메기 쏘가리 잉어 등 자연산 민물고기를 생식하는 걸 되도록 삼가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5년 상대 생존율이 29%에 불과한 담관암에 노출되지 않으려면 자연산 송어 메기 쏘가리 잉어 등 자연산 민물고기를 생식하는 걸 되도록 삼가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담도암’으로도 불리는 담관암은 아주 고약한 암이다. 담관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이 29%로 췌장암(15.2%) 다음으로 낮아 폐암(36.8%)·간암(38.7%)보다 예후(치료 경과)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2022년 암 등록 통계). 국내 담관암 환자 사망률(10만 명당 11.6명)도 일본(7.4명)·체코(6명) 등보다 크게 높아 사망률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국제 학술지 ‘Gastro Help Advances’ 2022년).

담관암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자연산 민물고기(자연산 송어·메기·쏘가리·잉어·민물 어패류 등)를 생식하는 것 등으로 간흡충(간디스토마)에 감염되면 담관암 위험이 4.7배나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자연산 민물고기 생식만 피해도 간흡충 감염으로 인한 담관암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단 얘기다. 다만 양식 민물고기는 간흡충 감염과 관련 없다.

◇소화불량 등 비특이적 증상 많이 나타나

담관암은 간에서 만든 쓸개즙(담즙)이 흐르는 담관(담도ㆍ간에서 십이지장까지 연결되는 관)이나 담낭(쓸개ㆍ담즙을 일시적으로 보관하는 7~10㎝ 정도의 창고)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담관암은 간 내 담관암, 간 외 담관암, 담낭암(50%) 등 3가지를 통칭해 이른다.

담관암도 다른 암처럼 초기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려운 암의 하나다.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됐을 경우가 많다. 대개 소화가 잘 안 되고 배가 아프고 속이 더부룩한 흔한 소화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담관암 진단을 받는 환자가 적지 않다.

담관암의 대표적인 증상은 ‘황달(黃疸)’이다. 황달은 담관이 폐쇄되고 담즙 배출이 막혀 혈액 내 빌리루빈(담즙 주성분) 수치가 높아져 생기는 현상이다. 또한 소변 색깔이 진해지고 온몸에 가려움증이 생기기도 한다. 담도 폐쇄가 진행되면서 간 기능이 떨어지기도 한다.

복통이나 체중 감소, 피곤함, 식욕부진, 구토, 명치 통증 등 비특이적인 증상도 나타난다. 장성일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담관암 증상은 대부분 비특이적이어서 일반인이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담관암 발생 요인으로는 △‘간디스토마’로 불렸던 간흡충 같은 기생충 질환 △오래된 담석(담관 결석) △담관 확장을 동반한 선천성 기형 △담낭 용종이 1㎝ 이상일 때 등이 꼽힌다. 비만·과체중이어도 담관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담낭에 암이 발생하는 담관암 환자의 60% 이상은 담석을 가지고 있다. 담석이 있으면 담관암 발생 위험도가 4~7배 증가한다. 특히 담석 크기가 3㎝ 이상이면 암 발생 위험이 10배가량 높아진다.

장성일 교수는 “담석 그 자체가 담관암을 유발하기보다 담석에 의한 담즙 변화, 담낭의 만성적 자극·염증이 암 발생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질병관리청은 지난해 5~10월 간흡충 유행지 10곳에서 돌고기·참붕어 등 자연산 민물고기 36종 1,069마리를 잡아 간흡충의 피낭유충(두꺼운 주머니를 뒤집어쓴 유충 감염원) 감염률 등을 조사한 보고서를 지난 10일 발간했다(‘2022년 국내 자연산 민물고기 간흡충 감염도 조사 결과 보고서’).

조사 결과, 경북 청송군 용전천(50%)·경북 안동시 길안천(49%)·강원 철원군 토교 저수지(18%)·강원 원주시 섬강(11%)·경남 산청군 덕천강(7%)·전남 곡성군 섬진강(6%)·충북 영동군 영동천(4%)·전남 구례군 섬진강(2%) 등에서 피낭유충이 검출됐다.


◇자연산 민물고기 생식하지 말아야

담관암으로 진단되면 종양 위치·크기·병기(病期)·환자 상태·나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법을 선택한다.

윤유석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다행히 암을 조기 발견해 혈관 침범이 적고 암 전이가 없다면 근치적 절제술을 진행하고, 이후 수술 부위 절단면 상태와 잔존 암 유무를 고려해 보조적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 여부를 정한다”고 했다.

암이 어느 정도 진행돼 담관 주위에 침윤이 심하고 혈관을 침범했거나 전이성 암이라면 근치적 절제가 불가능하기에 항암 치료를 시행한다.

동시에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RCP)을 통한 스텐트 삽입 혹은 경피적 경간 담도/담낭배액술(PTBD/PTGBD)을 이용해 담즙을 배출하는 치료도 진행한다. 이 밖에 광역동 치료ㆍ고주파 열 치료 등을 쓰기도 한다.

담관암 발병 원인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를 예방하려면 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담관 결석·반복적인 담관염·담관 낭종 등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담석이 크다면 예방적 담낭 절제술을 고려하는 게 좋다.

윤유석 교수는 “간흡충 감염이 담관암 발병에 크게 영향을 주므로 자연산 민물고기를 생식하지 않는 게 좋으며, 혹시 자연산 민물고기를 생식한 적이 있다면 간흡충에 감염됐을 수 있기에 간 기능이나 상복부 초음파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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