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44세 뇌사자 자궁 떼내 이식…시험관 아기 준비 중
선천선 희소 질환으로 인해 자궁 없이 태어난 35세 여성에게 뇌사자 자궁을 국내 처음으로 이식하는데 성공했다.
삼성서울병원 다학제 자궁이식팀(팀장 박재범 이식외과 교수)은 지난 1월 뇌사자(44)에게서 기증받은 자궁을 A(35)씨에게 이식했다. A씨는 10개월이 지난 현재 생리를 규칙적으로 하고 있으며, 조직 검사에서도 거부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이번 자궁 이식 수술에는 이식외과와 산부인과뿐만 아니라 혈관외과, 성형외과, 영상의학과, 병리학과, 감염내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가 참여했다. 이번 사례는 17일 열리는 대한이식학회 추계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된다.
A씨는 태어날 때부터 자궁이 없는 '마이어-로키탄스키-퀴스터-하우저(MRKH) 증후군'을 진단받았다. 결혼 후 임신을 계획하면서 자궁 이식을 시도했다. MRKH 증후군은 여성 5,000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 희소 질환이다.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MRKH 증후군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90명 정도다. 청소년기에 생리가 시작되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난소 기능이 정상이어서 자궁을 이식받으면 임신·출산도 가능하다.
A씨는 앞서 지난해 7월 59세 생체 기증자 자궁으로 처음 이식받았지만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고 거부 반응까지 나타나 2주 만에 떼내야 했다.
6개월 지난 올 1월 출산 이력이 있고, 혈액형까지 같은 뇌사 기증자와 연결돼 자궁 이식을 다시 시도했다. 13명의 의사가 달라붙어 8시간에 걸친 긴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A씨의 자궁 이식에는 수술과 면역억제제 투여, 시험관 시술 등에는 최소한 1억 원이 든 것으로 추산된다.
이유영 산부인과 교수는 “뇌사자의 자궁을 구득(求得)할 때 다른 장기보다 상대적으로 혈관이 작아 이를 잘 확인하는 데 신경을 썼다”고 했다. 박재범 이식외과 교수는 “작고 긴 혈관을 잘 보존한 뒤 수혜자 몸에서 다시 혈관을 꼼꼼히 연결해 자궁 이식을 성공리에 마칠 수 있었다”고 했다.
A씨는 자궁 이식 29일 만에 생리를 태어난 뒤 처음으로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규칙적으로 생리를 하고 있다. 자궁 이식 후 2·4·6주, 4·6개월째 시행한 조직 검사에서도 거부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남은 과제로 환자와 자궁이식팀은 모두 아기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자궁이식팀의 이동윤, 김성은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 이식 수술에 앞서 미리 환자 난소에서 채취한 난자와 남편 정자로 수정한 배아를 이식한 자궁에서 착상을 유도하고 있다. 또 임신 후 무사히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도록 모든 사항을 점검하고 있다.
이번 자궁 이식을 주도한 박재범 교수는 30년간 3,000여 건의 콩팥이식에 참여한 이 분야 전문가이다. 박재범 교수는 “환자와 함께 모든 과정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간다는 심정으로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며 “환자 의지가 커 함께 극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병원은 이번 성공을 계기로 두 번째 자궁 이식을 준비하고 있다. 장기이식법상 자궁은 이식 가능한 장기가 아니라 병원은 법적 자문과 보건복지부 검토를 받고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심사를 거쳐 임상 연구 형태로 이식을 진행하고 있다.
자궁 이식은 2000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시도됐는데 당시 환자에게서 거부반응이 생겨 이식 자궁을 100일 만에 제거했다. 2014년 스웨덴에서 자궁 이식 후 출산까지 성공한 첫 사례가 나왔다.
최근 국제자궁이식학회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09건 정도 이식 성공 사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미국 베일러대병원이 2016~2019년 20명에게 자궁 이식을 시도했는데 이 중 14명이 성공했고, 11명(79%)은 출산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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