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성향 따라 좌고우면하는 분 아니라 들어"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정형식(62·사법연수원 17기) 대전고법원장을 지명했다. 유남석 전 헌법재판소장이 10일 물러나면서 빈자리를 메울 전망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지명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헌법재판관(9명)은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지명·선출한다. 임기는 6년이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정 지명자는 헌법재판관으로서 지녀야 할 자질과 덕목, 법조계의 신망을 두루 갖추고 있어서 헌재 본연의 직무를 수행하는 재판관으로서 더없는 적임자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8년 수원지법 성남지원 판사로 임관해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장 △수원고법 부장판사 △대전고법원장 등을 지냈다. 김 실장은 "해박한 법리와 공정한 재판 진행으로 정평이 나 있고, 법원 행정에 있어 원칙에 충실한 업무를 해왔다"고 소개했다. 대통령 몫으로 지명된 정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인준 표결 없이 윤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앞서 대법원장 몫으로 김형두, 정정미 재판관을 지명했다. 정 후보자가 임명되면 헌법재판관 구성은 김명수 대법원장 지명 3명,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추천 2명, 더불어민주당 추천 1명, 문재인 전 대통령 지명 2명, 윤 대통령 지명 1명으로 나뉜다. 현재 헌법재판관이 모두 법관 출신인 만큼 윤 대통령이 검사 출신을 지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번에도 법관이었다.
정 후보자가 2018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 재판장을 맡아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것이 인사청문회에서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당시 재판부는 이 회장을 '대통령 겁박에 의한 피해자'로 보고 '포괄적 승계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1심과 180도 다른 판결을 내렸다.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구속수감 중이던 이 회장이 항소심 판결로 석방되자 정 후보자에 대한 특별 감사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4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이듬해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항소심 판결을 파기했고,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2021년 징역 2년 6월 실형을 선고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항소심 '봐주기' 논란에 대해 "세평을 꼼꼼하게 봤다"며 "법과 원칙에 아주 충실한 분으로, 성향이나 그런 데에 따라 좌고우면하는 분은 아니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청문회 과정이 있으니까 국민 앞에서 말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 후보자는 2013년에는 한명숙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항소심 재판장을 맡아 1심 무죄를 뒤집고 징역 2년에 추징금 8억여 원을 선고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1심 재판장은 김형두 현 헌법재판관이었다. 또 같은 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유신 시절 긴급조치 위반 사건 재심에서는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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