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30주년 기념 워크숍
인도네시아·베트남까지 공략
AI 결합한 ERP 등 신사업도 확대
다른 나라 기업에 일본 시장은 유독 공략하기 어려운 곳으로 꼽힌다. 전 세계 200년이 넘는 장수기업 5,500여 개 중 약 56%가 일본에 있는 등 특유의 내수 시장이 견고하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보기술(IT) 기업의 무덤으로 불리는 일본에서 기업 경영의 뼈대가 되는, 그래서 더욱 진입 장벽이 높은 전사적자원관리(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분야에 두 번째 도전장을 낸 기업이 있다. 올해로 창사 30주년을 맞은 영림원소프트랩이다.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대표는 11일 일본 오사카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 1등 ERP를 이루려면 일본 시장에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해 다시 도전했다"고 말했다. 앞서 2003년 이 회사는 일본 진출에 나섰지만 당시 파트너사가 파산하면서 제품 두 개만 팔고 사업을 접어야 했다. ERP는 수주, 입‧출고, 회계 등 기업 내 경영 활동을 통합적으로 연계해 관리해주는 시스템이다.
이후 영림원소프트랩은 철수를 우려하는 고객사‧파트너사의 신뢰를 얻기 위해 발 벗고 뛰었다. 2017년 6월 현지법인 '에버재팬(EverJapan)'을 세워 현재까지 23개의 파트너사를 확보했다. 그 결과 내년에는 일본 대기업과 ERP 납품 계약도 예정돼 있다고 한다.
왜 일본일까. 권 대표는 아날로그 문화가 많이 남아 있는 일본에서 기업들의 경영 정보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업계 1위인 SAP의 ERP는 가격이 비싸 일본의 많은 중견·중소기업이 도입을 어려워하고 이왕이면 사업 특성에 맞게 ERP를 맞춤 제작해주길 원한다는 점을 적극 공략했다.
마에다 도모오 에버재팬 법인장은 "일본 경제를 지탱하는 중소기업을 건강하게 하려면 디지털 전환이 필수"라며 "에버재팬은 인공지능(AI) 기반의 ERP를 통해 아직도 수작업에 익숙한 일본 제조업의 전사적자원관리 방안을 디지털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디지털화에 나선 일본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잘 맞는 부분이다. 일본 정부는 최근 디지털청을 만들고 '종이 없는 사회'를 추진하는 등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파트너사의 반응도 좋다. 소프트웨어 회사 저스트이너프(JustEnough)의 요시히로는 "작은 기업의 경우 생산‧회계 관리가 따로 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영림원소프트랩의 ERP는 모든 데이터를 한 번에 관리할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일본을 발판 삼은 영림원소프트랩은 신흥국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시장도 적극 공략 중이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 중 국내총생산(GDP) 1위인 인도네시아는 최근 제조업 육성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자원 관리가 필수적인 만큼 영림원소프트랩은 동남아 시장이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권오철 인도네시아 법인장은 "인도네시아는 제조업 분야 기업 내부의 프로그램이 노후화돼 있고 자재 입고 처리를 수작업으로 하는 등 ERP의 필요성을 느끼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특히 세관 관리 시스템과 연동이 필수적인데 '어카운 택스' 등 인도네시아 현지 상황에 맞는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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