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할 시청 "내부고발 이후 처음 알아"
인지하고도 묵인한 정황 속속 드러나
경북의 한 아동양육시설(보육원) 원장이 열 살 때 입소한 지적장애인 A(46)씨를 성인이 된 후에도 28년을 더 데리고 있다가 내부고발로 뒤늦게 성인 거주시설로 보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관할 시청이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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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북 B시청은 인권단체 문제 제기 직후인 2월 15일 A씨를 성인 노숙인 거주시설로 보내기 전까지는 보육원 원장이 보육원 시설 일부를 개인주택처럼 개조한 뒤 건물 안 쪽방에 A씨를 살게 했다는 걸 까맣게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정황상 B시청도 이미 파악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B시청이 A씨에게 한 달에 80만 원가량 되는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수당을 지급하면서 해마다 보육원을 방문하거나 전화해 자격 여부를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다. 2020년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국민에게 재난 지원금이 지급되자 시청 관계자가 보육원 직원에게 연락해 이를 A씨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묻기도 했다. 보육원 원장 C씨도 “A씨 통장으로 들어온 장애수당을 사용하면 영수증을 보관했다가 시청에 지출내역을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B시청 측은 “2월 초 A씨 거처 문제가 거론되면서 처음 알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청 관계자는 “무연고 장애아동은 보육원 퇴소 시점에 심의 절차를 거치는데 (심의) 신청 자체가 없었다”고도 덧붙였다.
원장 C씨가 40대 중반인 A씨를 최근까지 데리고 있었던 것이 법 위반인 데다 노동착취 의혹마저 제기되자, 공무원들이 책임을 회피하려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북 한 장애인거주시설 종사자는 “A씨와 같은 지적장애인의 재산관리와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후견인은 직계가족 또는 4촌 이내의 친족만 가능해 보육원장은 자격이 없다”며 “시가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했다면 방조고, 몰랐다면 직무유기다”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문제의 보육원에는 A씨 외에 남성 지적장애인 B(55)씨도 성인이 된 이후 30년간 원장과 살다가 2018년에야 성인 노숙인 거주시설로 전원 조치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원장 C씨는 “B씨도 A씨처럼 갈 곳이 없고 지적장애가 심해 자립할 수 없어 함께 살았다”며 “보육원 여자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길까 싶어 5년 전 퇴소시킨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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