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하원의장, 민주와 손잡고 강경파 우회
내년 1, 2월까지 미봉책… 위기 재연 가능성
미국 연방정부가 예산 공백에 따른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을 간신히 피할 전망이다. 임시 예산안 기한 만료일을 사흘 남기고 분란을 겪고 있는 하원이 추가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 1, 2월이면 다시 만기가 돌아오는 두 달짜리 미봉책이다. 시한폭탄이 제거된 건 아니라는 얘기다.
공화당 주류와 민주당 연합의 승리
미국 하원은 14일(현지시간) 본회의를 열고 임시 예산안이 효력을 잃는 17일 이후 적용할 후속 임시 예산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336표, 반대 95표로 가결 처리했다. 민주당 209명과 공화당 127명이 찬성했고, 공화당 93명과 민주당 2명이 반대했다. 해당 예산안은 상원 통과 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하면 발효된다. 이미 상원 양당 지도부가 지지 의사를 표명한 터라, 발효는 사실상 시간문제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제안한 이 예산안은 기존 지출 규모를 유지하는 선에서 정부에 자금을 지원하되, 내년 초까지 운영하는 데 필요한 예산만 책정하고 연방 기관별로 예산 소진 시기를 두 단계로 나눈 게 특징이다. 보훈, 교통, 농업, 주택 등 분야는 내년 1월 19일 이후, 국방부와 국무부, 법무부, 상무부 등은 내년 2월 2일부터 각각 예산이 끊긴다.
이 같은 2단계 구조는 공화당 강경파의 의견을 수용한 절충안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그런 시기 설정은 보수파 다수의 요구대로 의원들에게 더 많은 개별 세출 법안 협상 기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존슨 의장도 “크리스마스 직전에 (연간 세출 법안 12개 전부를 합친) 대규모 ‘옴니버스 예산안’을 처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공화당 주류와 민주당의 반대도 의식해 강경파의 대규모 지출 삭감과 국경 통제 강화 예산 편성 요구를 반영하지 않았다. 또 초당적 합의가 없는 우크라이나·이스라엘 패키지 지원 예산을 제외했다.
한 번은 봐주지만… 보복 벼르는 강경파
집권 민주당과 손잡고 공화당 강경파를 우회하는 전술은 존슨 의장의 승부수였다. 공화당 강경파가 장악한 하원 운영위원회를 건너뛰고 본회의에 예산안을 직접 상정하는 ‘패스트트랙’ 방식을 택했다. 이 경우 가결 조건이 과반 찬성에서 3분의 2 찬성으로 까다로워지는데, 공화당 221석, 민주당 213석인 하원 구도상 민주당 협조 없이는 통과가 불가능하다. 민주당과 공화당 주류는 추수감사절 연휴 직전 연방 공무원이 급여를 받지 못하게 만드는 셧다운을 일단 막자는 데에 뜻을 모았다.
9월 말 민주당과 공조해 45일짜리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셧다운을 막은 뒤, 공화당 강경파 반란으로 축출된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의 전철을 존슨 의장이 밟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임기 시작부터 곤경에 놓인 존슨 의장의 처지를 헤아려 강경파가 해임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내다봤다.
하지만 난관은 이제부터다. 본예산 협상이 기다리고 있다. 민주당이 양보하지 않고 공화당 강경파가 몽니를 부려 과반 지지를 얻지 못하는 법안은 표류가 불가피하다. 이번 예산안이 종료되는 내년 초엔 위기가 재연될 수밖에 없다. 사사건건 벼르는 공화당 강경파도 존슨 의장에게 부담이다. 이들이 해임 결의 대신 법안 상정 방해 등 다른 방식의 보복을 고민하고 있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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