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인사철마다 '파벌 싸움' 내홍
"원장, 내부 기강 단속 책임 불가피"
"내부 갈등은 늘 있어…'원장 흔들기'" 지적도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인사철마다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네 번째다. 2인자인 권춘택 1차장과의 내부 알력에 여권의 압박이 더해진 모양새다. 김 원장은 외교관 출신, 권 차장은 내부 승진 케이스다. 전례 없이 뒤숭숭한 정보기관을 놓고 '외부 인사 흔들기'라는 지적과 '원장의 리더십 문제'라는 비판이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다.
인사철마다 반복된 내홍… 파벌 다툼에 무너진 조직 기강
1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대통령실에 투서가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원장의 측근으로 통한 방첩센터장 A씨가 올 6월 인사전횡으로 물러났는데, 이후에도 국정원 안에서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파장으로 김 원장은 거취가 불투명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재신임하면서 자리를 지켰다. 국정원은 지난해에도 6월 이례적으로 1급 보직국장 27명 전원, 12월에는 2·3급 직원 100명을 대기발령해 논란을 빚었다.
이후 국정원 인사기획관에 대통령실 핵심 인사와 과거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는 B씨가 발탁됐다. 이를 놓고 김 원장을 견제하려는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동시에 권 차장과 친분 있는 국정원 내부 인사들이 외교부 출신인 김 원장의 리더십에 불만을 품고 반복해 논란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김 원장은 권 차장에 대한 직무감찰을 지시했다. 기업과의 이해충돌이 원인이었다. 특히 올 6월 인사파동 때 외부로 정보를 유출해 언론보도를 유도한 당사자로 권 차장이 지목된 대목도 함께 추궁했다고 한다. 반면 국정원 내부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김 원장 부임 이후 유독 시끄러운 것을 놓고 리더십 문제라는 비판이 무성하다.
"대통령이 결단내려야"… "무너진 기강, 기본 업무 되새기며 바로잡아야"
책임 소재를 놓고 국정원 안팎의 평가는 엇갈린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인사는 원장 고유 권한이지만, 당장 1급 비밀인 인사 문제가 밖으로 나오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며 "인사 잡음이 계속되면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직 국정원 직원은 "국정원은 인력 풀이 작아 주도권을 두고 내부 갈등이 심할 수밖에 없는 조직"이라며 "김 원장이 1년 넘게 전문성과 조직관리 능력 사이에서 균형을 발휘하지 못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외부 인사까지 가세해 김 원장을 과도하게 흔드는 건 심각한 문제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정원 1차장 출신인 남주홍 경기대 석좌교수는 "모사드의 '정보 실패'로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일을 교훈 삼아 기본 업무 모두 충실해야 할 때"라며 "당장 북핵 대응과 경제안보 문제 등 정보 현안이 많은 상황에서 인사 잡음이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소장을 지낸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 원장은 "나오지 말아야 할 정보가 나온다는 것은 결국 정보가 노출돼도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는 의미"라면서 "조직 기강이 바로잡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밀주의' 강한 국정원…투명한 인사체계 확립 지지부진
국정원은 조직과 인사 관련 정보가 모두 기밀이다. 바꿔 말하면 인사와 관련한 감시체계가 전무하다는 의미다. 측근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다. 이에 국회 정보위원회 산하 '전문가형 정보기관 감독기구'와 대통령실 소속 '정보 감찰관' 신설 등이 해법으로 거론됐지만 논의에 진척이 없다.
대통령실과 여권은 김 원장의 교체 여부에 선을 긋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국정원은 계급 정년제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내부 갈등과 알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시간을 갖고 정리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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