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 14일 프랑스 유네스코 본부 청년포럼서 연설 및 공연
K팝 가수 최초
"서로 배우면 그 안에 꿈을 이루는 길 있다" 다양성 강조
"세계적으로 센세이셔널한 K팝 아이콘 세븐틴입니다".
여성 사회자가 이렇게 세븐틴을 소개하자 객석에선 함성이 터졌다. 해외 음악상 시상식이 아니다. 14일(현지시간) 제13회 유네스코 청년포럼이 열린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 세븐틴 멤버 12명이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연단에 섰다. 그들 뒤 우뚝 선 194개국의 국기 위에 올려진 대형 스크린엔 영어로 '유네스크 유스포럼 위드 세븐틴'이란 문구가 큼지막하게 떴다.
"대한민국 남쪽에 있는 섬 제주특별자치도를 아시는지요?" 제주에서 나고 자란 승관을 시작으로 멤버들은 차례로 국적에 따라 한국어, 영어, 중국어로 각자의 성장 과정을 약 30분 동안 들려줬다. 연설이 끝난 뒤 세븐틴은 '같이 가요' '음악의 신' 등 5곡을 무대 위에서 라이브로 불렀다. 일부 방청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응원봉까지 흔들면서 유네스코 본부는 순식간에 'K팝 공연장'으로 변했다. 이 자리엔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비롯해 173개국 청년 대표 등 1,200여 명이 참석했다. 유네스코 총회급 행사에서 세션을 통째로 배정받아 60여 분 동안 연설과 공연을 선보인 건 K팝 가수 중 세븐틴이 처음이다. 유네스코 청년 포럼은 청년세대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내고 미래를 고민하는 자리로 총회와 함께 2년마다 열린다.
세계 청년을 대표해 연단에 오른 세븐틴은 직접 겪은 일을 들려주며 연대의 힘을 강조했다. 민규는 "데뷔 다음 해인 2016년 가을 처음으로 정산을 받았다.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이 기쁜 일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다"며 "아프리카 탄자니아 어린이들에게 멤버 이름을 딴 염소 13마리를 선물했다"고 말했다. 그 작은 선행은 세븐틴이 꿈을 좇는 등대가 돼 돌아왔다. 민규는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탄자니아 아이가 염소와 찍은 사진과 함께 편지를 보내왔다. 편지엔 '꿈을 위해 염소를 잘 키울게요'란 내용이 담겨 있었다"며 "'꿈을 위해'란 문구 앞에 우린 한없이 숙연해졌다. 꿈을 위해 달려온 과정들이 생각났고 누구도 어떤 환경에서도 꿈을 잃거나 좌절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생겼다"고 돌아봤다.
국적이 다른 13명의 멤버로 구성된 세븐틴에 있어 다양성은 성장의 밑거름이었다. 우지는 "데뷔했을 때 멤버들이 너무 많아 '멤버들끼리 잘 지내지 못할 거다' '음악세계를 구축하기는 어려울 거다'란 의심이 많았다"면서도 "보컬, 퍼포먼스, 힙합 등 서로 다른 능력과 강점을 가지고 있던 멤버들이 서로 배우고 어우러지면서 세븐틴의 색깔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쾌하게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세븐틴만의 교육법이 곧 세븐틴만의 성장법"이란 설명이다. 우지는 "멤버 수가 많아 의견을 모으는 게 쉽진 않지만 오히려 그 과정들이 우릴 하나로 만들어줬다"고 소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세븐틴이 2015년 발표한 데뷔 앨범은 1,400여 장밖에 팔리지 않았다. 하지만 멤버들의 다양성을 토대로 힘을 쌓은 세븐틴은 올해에만 1,500만 장 이상의 앨범을 팔아치우는 K팝 간판 그룹으로 성장했다.
조슈아는 영어로 "이 캠페인으로 얻은 모금에 월드투어 공연 수익금 일부를 보태 아프리카 말라위 아이들에게 배움터를 마련해줬다"며 "우린 연대를 통해 서로 간의 배움 속에 꿈을 이루는 길이 있다는 걸 경험했다. 앞으로 제3세계에 교육 인프라 구축을 위해 학교를 짓고 교육을 위한 토론의 장이 지속적으로 운영되도록 지원할 생각"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이날 행사엔 부상으로 활동 중단 후 재활치료 중인 에스쿱스는 참여하지 않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