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매출 급전직하에 주가 반토막
상장 전 증권신고서 매출 '뻥튀기' 의혹
"실적 발표 직전 기관투자자 일괄 매도"
1조 원 넘는 몸값으로 국내 최초 팹리스(반도체 설계) '유니콘(기업 가치 1조 원 이상)'으로 불렸던 스타트업 파두가 '뻥튀기 상장' 의혹에 휩싸였다. 코스닥 상장 후 첫 공개한 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는 어닝 쇼크를 기록하면서다. 파두와 상장 주관사가 의도적으로 매출 부진을 숨긴 것 아니냐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어닝쇼크와 관련해 파두와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을 살펴보고 있다. 앞서 파두는 8월 공모가 3만1,000원으로 코스닥 상장됐으나 전날 1만7,71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불과 3개월 사이에 주가가 반토막 난 것이다. 다만 이날은 전일 대비 9.94% 오른 1만9,470원을 기록했다.
파두 주가는 8일 3분기 실적 발표 직후 급전직하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파두의 3분기 매출은 3억2,000만 원으로 전년 동기(135억9,200만 원) 대비 97.6%나 쪼그라들었다. 누적 매출 또한 9월까지 180억4,000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25억6,000만 원)보다 44.6% 감소했다. 이에 파두 주가는 9일 하한가를 기록했다.
쟁점은 파두가 6월 말 당국에 제출한 증권신고서다. 당시 파두는 올해 연간 매출액 자체 추정치를 1,202억 원으로 제시했는데, 정작 2분기(4~6월) 매출액은 5,900만 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파두가 증권신고서 제출 때 최소 2분기 추정 매출액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실적 부진을 숨기고자 연간 매출 추정치를 '뻥튀기'한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파두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 증권사는 2021년 12월부터 올해 6월 말까지 기업실사를 진행했는데, 상장 직전인 2분기 저조한 실적을 알고 있으면서도 투자자에게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만일 증권신고서 내용이 허위인 것을 알고서도 눈감아줬다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뒤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3분기 실적 발표 직전 파두 주식을 팔아치운 기관투자자도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사모펀드 운용사인 포레스트파트너스가 설정한 펀드들은 3개월 보호예수(매각 제한 물량) 기간이 풀린 2일부터 8일까지 파두 지분 2.86%를 장내매도했다. 통상 초기 투자자가 보호예수 이후 지분을 매각하지만, 매도 시기가 공교로워 '선행매매(사전정보로 주식을 미리 사고파는 행위)'가 아니냐는 게 일각의 주장이다.
파두와 상장 주관사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파두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낸드 및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의 급격한 침체와 데이터센터의 대대적인 시스템 재점검 절차가 맞물리면서 고객사들이 부품 수급을 전면 중단했고, 이는 2, 3분기 당사 실적에 직접적 타격을 주었다"며 "상장을 진행했던 시점까진 규모 및 기간 등에 대해 예측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도 "하이퍼스케일러(대형 사업자)가 긴축 기조로 돌아선 가운데 파두는 아직 시장 신뢰를 받지 못한 벤처기업이라 큰 이슈가 된 것으로 보인다"며 "시간을 갖고 기다리면 당초 예상한 대로 회사가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