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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한 살인마의 미소로 존재감 각인시킨 이 배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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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한 살인마의 미소로 존재감 각인시킨 이 배우 [인터뷰]

입력
2023.11.19 17: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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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국민사형투표'의 빌런, 배우 김권 인터뷰
"민수,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미치광이"
강렬한 인상 남긴 악역만? "SF, 사극 등 다양한 얼굴 있어"

SBS '국민사형투표'에서 이민수를 연기한 배우 김권은 19일 한국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복잡하게 생각하는 대신 '민수는 내 상식으로 이해해선 안 된다. 미치광이일 뿐이다'란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에이그라운드 제공

SBS '국민사형투표'에서 이민수를 연기한 배우 김권은 19일 한국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복잡하게 생각하는 대신 '민수는 내 상식으로 이해해선 안 된다. 미치광이일 뿐이다'란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에이그라운드 제공

모두에게 늘 친절한 교사이자 유력 정치인의 아들인 그에겐 감춰진 얼굴이 있다. 바로 죄책감이라고는 없는 살인마. 마지막 죽는 순간에도 반성은커녕 악마적인 웃음을 짓는다. SBS '국민사형투표'에서 김권(34)은 인간의 이중성과 잔혹성을 연기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권이 연기한 이민수는 잔혹한 빌런이다. 살인의 계기는 사소하다. 자신이 존경하는 법학자 권석주(박성웅)가 자신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자 이민수의 '팬심'은 뒤틀린다. 그는 권석주가 가장 사랑하는 아홉 살 딸 나래(강혜린)를 살인의 타깃으로 정한다. 범행을 저지르고도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가 죗값도 치르지 않는다.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을 연기하는 건 어땠을까. 김권은 한국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저 '이 인물은 내 상식으로 이해해선 안 된다. 뭐 하나에 꽂혀 아무것도 안 보이는, 언제 죽어도 상관없는 미치광이일 뿐이다.' 오히려 단순하게 접근했어요."

배우 김권이 연기한 SBS '국민사형투표'의 이민수는 자신이 존경하는 법학자인 권석주가 자신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권석주의 딸 나래를 무참히 살해한다. SBS 공식 유튜브 캡처

배우 김권이 연기한 SBS '국민사형투표'의 이민수는 자신이 존경하는 법학자인 권석주가 자신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권석주의 딸 나래를 무참히 살해한다. SBS 공식 유튜브 캡처

극 중 권석주는 이민수를 '국민사형투표'의 심판대에 올려 자신의 손으로 단죄하려 한다. '국민사형투표'는 사법 체계에 불만을 품고 국민에게 사형의 투표권을 주자는 발상에서 만들어진 사적 복수의 수단이다. 하지만 이민수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도 나래를 살인한 순간을 불러내며 권석주를 조롱한다. "나래 죽을 때 어땠게? 아빠한테 간다고 울었어. 목청 터지게 울던 거 아직도 생각나."

김권은 "민수가 이 작품의 메시지와 직관적으로 연관돼 있다고 생각해 출연했다"고 말했다. 주연은 아니지만 그의 존재로 '국민사형투표'가 던지는 질문은 무거워진다. 죗값을 받지 않는 범죄자 때문에 피해자들은 고통받고 사법체계를 믿을 수 없게 된 상황에서 과연 이민수와 같은 사적 복수가 용납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다.

SBS '국민사형투표'에서 이민수(김권)는 유력 정치인의 아들이자 고등학교 사회 교사다. SBS 제공

SBS '국민사형투표'에서 이민수(김권)는 유력 정치인의 아들이자 고등학교 사회 교사다. SBS 제공

김권은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냈다. 민수의 악행이 도드라져 보일수록 메시지가 선명해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민수가 권석주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권석주를 만날 생각에 미쳐서 춤을 추는 장면이나 처음 권석주를 만났을 때 감동을 하듯 눈물이 고인 장면은 현장에서 떠올린 아이디어가 반영된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 데뷔한 이후 짧지만 강렬한 악역 등을 주로 소화해 온 김권. 악역을 넘어선 다른 역할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그는 "내 안에 많은 모습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코미디나 SF물, 사극 등에 욕심이 난다고 했다. "'(현장) 순간의 본능에 모든 걸 맡긴다', '거짓말하지 말자'를 신조로 연기하고 있어요. 더 중요한 건 스스로 앞으로도 그 마음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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