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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우주인 건강 체크하는 스마트워치...파킨슨병 원격 진료에 졸음 운전 예방까지

입력
2023.11.22 12:00
수정
2023.11.22 15:5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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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워치 전문 제조사 가민
싱가포르서 '헬스 서밋' 개최
심장 박동 간격 등 데이터, 우주비행 연구에 사용
연구진·보험사 등 활용...원격 진료·사고 예방도

9일 싱가포르 창이공항 주얼 창이에서 열린 '가민 헬스 서밋' 행사장 모습. 가민 제공

9일 싱가포르 창이공항 주얼 창이에서 열린 '가민 헬스 서밋' 행사장 모습. 가민 제공


우주 비행 참가자들이 검진 없이 시계만 차면 건강 데이터가 측정됩니다. 이를 통해 우주 비행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수 있습니다.

마티아스 바스너 우주비행사 행동건강 연구 전문가



9일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열린 '가민 헬스 서밋'에 참석한 마티아스 바스너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는 스마트워치 제조사 가민의 시계가 우주 비행에 활용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산하 우주건강중개연구소(TRISH)와 우주 비행이 비행사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 중이다. 내년 예정된 스페이스X의 민간 우주 비행 프로젝트 '폴라리스 던'의 참가자들은 지구 출발 사흘 전부터 귀환 후 3일까지 가민의 '피닉스 7 솔라'를 차고 신체 데이터를 기록한다.

연구진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장기간의 우주 비행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을 살필 예정이다. 바스너 교수는 "스마트워치의 장점은 견고함과 데이터의 정확성, 배터리 용량, 편안한 착용감과 이용자 친화성"이라면서 "극저온과 극고온, 우주 공간에서의 압력도 견딜 수 있어 인체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안성맞춤"이라고 소개했다.



운동뿐 아니라 휴식까지 관리해주는 시계


가민의 '베뉴 3' 시리즈(위 사진)과 비보액티브 5. 가민코리아 제공

가민의 '베뉴 3' 시리즈(위 사진)과 비보액티브 5. 가민코리아 제공


우주 비행사와 연구진이 신체의 기록을 맡길 정도로 생체 인식 센서의 성능이 뛰어난 가민의 스마트워치 중 '베뉴 3' 시리즈와 '비보액티브 5'는 15일 한국에 출시됐다.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와 긴 배터리 성능, 잠잘 때도 찰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한 착용감이 장점이다. 시계에 장착된 생체 인식 센서는 우주 비행 연구자들마저 활용할 만한 뛰어난 성능으로, 심장 박동수와 간격, 수면량과 수면의 질(깊이), 호흡, 걸음걸이와 고강도 활동량 등을 측정하고 기록한다.

새로 출시된 제품 가운데 '베뉴 3S'를 일주일 동안 직접 사용해 봤다. 첫 인상은 운동을 독려하는 시계였다. 쉬는 날 착용하고 하루 종일 집에서 보냈더니 "충분한 휴식 시간이 있는 편안한 하루를 보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주중이 되어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게 되면서 자연스레 목표 걸음 수치를 달성하자 성공을 축하하는 메시지가 날아왔다. 며칠 동안 연속으로 걸음 목표를 성공하자 업적 달성 기념 배지를 주기도 했다. 운동에 흥미를 붙이게 하는 '게임화' 기능이다.



가민 시계와 연결된 스마트폰으로 '가민 커넥트' 앱을 실행해 건강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앱 화면 캡처

가민 시계와 연결된 스마트폰으로 '가민 커넥트' 앱을 실행해 건강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앱 화면 캡처


하지만 운동 독려만이 시계의 기능은 아니었다. 늘 착용하고 있는 편이 좋다고 권유받은 대로 씻을 때만 제외하고 잘 때도 일할 때도 시계를 착용하자 아침에는 수면 점수를 평가하는 보고서가 시계로 날아왔다. 오랫동안 잠들거나 푹 쉬지 못했을 때는 수면 점수가 낮았다. 시계와 연결된 스마트폰으로 실행할 수 있는 '가민 커넥트'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스트레스 수준이 높고 숙면을 취하지 못했을 때는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는 분석도 보여줬다.

가민은 신체 건강을 손쉽게 수치화해 확인할 수 있도록 '바디 배터리'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일상 활동을 통해 신체 에너지를 소진하고 휴식을 통해 이를 재충전한다는 관점에서 신체를 배터리에 빗댄 것이다. 바디 배터리의 최고치가 높다면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는 뜻이고 낮았다면 컨디션이 좋지 못하다는 의미다. 이를 참고하면 특히 힘들었던 날은 일과를 마친 후 운동을 하더라도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우주비행 중 건강 지표도 측정하는 시계

가민 스마트워치 및 건강관리 데이터를 활용한 독일의 애플리케이션 '후마누'가 소개되고 있다. 후마누는 모바일게임과 같은 기법으로 이용자가 매일 운동하도록 독려하고, 이 데이터를 유럽 21개 보험사에 제공해 보험료 인하 등의 인센티브를 받도록 돕는다. 싱가포르=인현우 기자

가민 스마트워치 및 건강관리 데이터를 활용한 독일의 애플리케이션 '후마누'가 소개되고 있다. 후마누는 모바일게임과 같은 기법으로 이용자가 매일 운동하도록 독려하고, 이 데이터를 유럽 21개 보험사에 제공해 보험료 인하 등의 인센티브를 받도록 돕는다. 싱가포르=인현우 기자


웨어러블(입을 수 있는 기기)이 건강 관리에 점점 더 많이 쓰이는 흐름 속에서, 가민은 이 자료를 자기들만 쓰지 않고 여러 기업들이 활용해 상품화할 수 있도록 개발자들에게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공개했다. 보건 연구자와 개발자들이 자사의 스마트워치를 활용하도록 적극 돕고 있다.

9,10일 싱가포르에서 가민이 개최한 '가민 헬스 서밋'도 가민의 스마트워치를 활용한 첨단 건강 관리 연구 사례와 상품화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행사였다. 3개 분야에 걸쳐 가장 독창적 아이디어 3개를 뽑는 '가민 헬스 어워드'도 시상했다.

이날 행사에선 특히 가민의 스마트워치 자료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이 건강 전문 연구원과 보험사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연구원들은 주로 상황에 따른 신체의 변화를 측정하는 도구로 가민의 시계를 이용한다. 우주비행사 연구가 대표적이다. 보험사는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가입자들이 건강 관리를 할 수 있게 독려하는데 스마트워치를 사용한다. 고객이 건강할수록 보험금 지출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스스로 건강 관리를 하게 하고 대신 보험료 인하 등 혜택을 주는 식이다.

가민은 데이터 공유와 파트너십을 통해 기업간거래(B2B)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자사 제품의 고객 확대도 노린다. 욘 와즈커 가민 헬스 시니어 디렉터는 행사 2일차인 10일 기조연설에서 "가민의 헬스 사업은 전 세계 시장에서 연간 25%씩 성장하고 있다"며 "가민 스마트워치의 활성 이용자 중 10%는 헬스 사업을 통해 확대됐다"고 말했다.



"스마트워치, 생명 구하고 질병 예방에도 도움"

욘 와즈커 가민 헬스 시니어 디렉터가 10일 '가민 헬스 서밋'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가민 제공

욘 와즈커 가민 헬스 시니어 디렉터가 10일 '가민 헬스 서밋'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가민 제공



와즈커 디렉터는 스마트워치가 연구와 보험상품 연계에서 더 나아가 실제 질병을 예방하고 생명을 구하는 데에도 쓰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드물지만 유럽에서는 의료진이 가민 장비로 모은 환자의 심장 박동 자료를 보고 혈관이 막혀 죽음에 이를 수 있었던 상황을 막은 경우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또 "광범위하게 보면 우리의 자료는 신체적·정신적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거나 재활을 돕는데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민 헬스 서밋' 행사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발표가 나왔다. 독일의 '오르비트헬스'가 소개한 '넵튠'은 파킨슨병 환자의 상태를 측정한 가민의 데이터를 의료진이 참고해 원격으로도 진료를 할 수 있게 한다. 파킨슨병은 몸의 기능이 서서히 떨어지는 뇌 질환으로 꾸준한 관리와 맞춤형 치료가 필수다. 빌리 디긴 오르비트헬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파킨슨병 환자들은 늘 불안 상태지만 의사를 자주 보기 힘들다는 점을 해결하려 했다"면서 "병원도 환자를 꾸준히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 솔루션을 좋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졸음운전에도 쓰임새가 있다. 올해 가민 헬스 어워드의 보험·고용자 건강 부문에서 수상한 이탈리아의 'SAT'는 대형 트럭 운전자의 심장박동 간격과 수면의 질 자료 등을 분석해 졸음에 빠지기 대략 1∼8분 전 예측하고 경고하는 솔루션 '프레딕츠(PREDICTS)'를 소개했다. 리카르도 그로포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3개 운송기업에서 솔루션을 도입했고 앞으로 고령자나 공사장 노동자 등에게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3회째를 맞는 가민 헬스 어워드에는 한국 기업의 상품이나 연구진의 연구 결과가 아직 소개된 사례는 없다. 제품의 보급도 제한적이고 헬스케어 분야의 디지털기기 활용도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같은 다른 시장에 비해 활성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와즈커 디렉터는 "한국에서도 서울대 의학연구원 등과 함께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우리의 강점을 소개하면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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